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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내 생각

비오는 2014년 5월 11일

창밖에 비가 온다. 빗소리를 참 오랜만에 들어본다. 그동안 비는 자주 내렸겠지만, 오늘에야 한참동안 빗소리를 듣는 것은 그동안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아니, 가진 것을 어떻게 늘릴지 계속 신경쓰다보니 빗소리 들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겠지.


'창밖에 비오는데, 바다가 그리워지는 이유는 뭘까'로 시작하는, 1998년 진산 형의 편지가 생각난다. 12만원으로 성인남자 셋이서 3박4일간 전국일주를 했던 1998년. 동해바다 앞 해수욕장 주차장에 차를 대고 파도소리를 들으며 차에서 잠을 잤던 스무살의 나에 비해, 지금의 나는 정말 많은 것을 가졌다. 면허증을 비롯해 그로 인해 생긴 얼마의 재산, 가족, 명예까지. 그리고도 나는 '아직 부족해'를 매일 속으로 되뇌이며, 가진것을 더 늘리기 위해 더 높이 오르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16년전 1998년의 나는, (학생이었다고는 하나) 지갑에 1-2만원 가지고 있기도 힘들었었고 입고싶은 옷을 마음대로 사입지 못하였고,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지 못하였다. 물론 이 또한 내 아버지 세대의 가난에 비하면 매우 풍족한 편이나, 스무살 나의 허영심을 채워줄 상류층 문화를 배우기에는 가진 것이 없었다. 3-4만원하는 책상 스탠드 하나 사는 것도 며칠을 고민하였고, 그 당시 유행하던 배낭여행은 말 그대로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대신에 무사히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였고 그 덕분에 지금은 내 허영심을 하나 둘씩 만족시키며 살고 있다. 그런데 오늘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니, 16년전의 가난했던 나와, 이제는 많은 물건과 경제적 여유를 가졌지만 빗소리도 여유롭게 듣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불쌍한 내가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나는 무엇을 위해 돈을 더 벌고 싶어하며, 집 살 돈을 모으려 하며, 언젠가 수입차를 타고 싶다고 하며, 휴가지를 고를 때는 럭셔리하다는 곳부터 알아보고 있는 것일까. 미래를 위해, 가족을 위해라는 대답은 일부의 대답밖에 되지 못한다는 것을, 내게 정직해지면 알 수 있다. 그대신 나를 지배하는 허영은,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높은 명예를 얻어야 된다며 내 자신을 속이고 있다. 


내가 평소에 듣지 못했던 빗소리, 어디 그 뿐인가. 날이 좋을 때면 내리쬐는 따뜻한 햇살, 숲 속을 지나는 시원한 바람, 위대한 바다 앞에서 느껴지는 물결과 파도를 수년째 느끼지 못한 채로, 나는 지금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시편 90편을 읽는다.  사람의 인생이 길어야 7-80년이지만, 지금 내리는 빗소리는 적어도 수천년에서 수십억년 전부터 내리던 것인데, 나는 왜 이 소리를 무시하며 그 대신 무엇을 좇고 살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