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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Nurture & Nutrition

너무 안 먹는 우리 아이

너무 안 먹는 우리 아이

닥터리의 로하스밀  http://www.lohasmeal.com

 

 

너무 안 먹는 우리 아이


 

 

아이가 밥(혹은 이유식)을 잘 안 먹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럴 때 부모의 마음은 답답하기도 하고, 쑥쑥 잘 자라지 않으면 어떻게 하나 염려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은 잘 안 먹는 아이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여기서 몇 가지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보려고 하는데, 이 중에는 심리적인 원인도 있고 의학적인 원인도 있으며, 복합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가지 원인을 곰곰히 생각해봐도 도저히 ‘왜!!!’ 안 먹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겠지요.


 

(1)  우리 아이는 정말 잘 안 먹는 아이인가? (Infantile Anorexia)

 

가장 먼저 생각해 볼 부분은 바로 이 부분입니다. 우리 아이가 잘 안 먹는 아이일까요? 이렇게 물어보면, ‘우리 아이는 정말 잘 먹어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부모는 몇 명이나 될까요?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잘 안 먹어요’라고 대답합니다.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오해하기 쉬운 것 중 하나는, ‘아이는 스스로 얼만큼 먹어야 되는지 모르기 때문에 이 정도는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혹은 아이가 스스로 얼만큼 먹어야 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더라도, 그 먹는 양이 부모가 보기에 너무 부족하므로 밥을 ‘더 먹어야’ 아이에게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의 몸은 자신에게 필요한 영양분의 양을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단지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가까이에만 있으면 됩니다.

 

특히 돌-두돌 무렵의 아이들에게 더 그렇게 느껴지기 쉽습니다. 이는 아이의 성장속도 때문인데요, 이 쯤의 아이들은 더 어렸을 때에 비해 현격히 천천히 자랍니다. 한 번 계산을 해볼까요. 보통 아이가 태어날 때 체중이 평균 3kg안팎이지요. 12개월(돌)이 되면 평균 9-11kg정도되지요. 그리고 24개월(두돌)이 되면 체중이 보통 12-13kg정도 됩니다. 즉 처음 1년 동안은 대략 6-8kg정도 체중이 늘어나는데, 그 다음 1년 동안은 체중이 2-3kg정도 늘어납니다. 거의 1/3수준이지요. 물론 먹는 음식이 체중 늘어나는 데에만 전부 쓰이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먹는 양이 적어지긴 합니다. 따라서, 옆에서 부모가 보기에는, 이전에 비해 더디게 자라는 것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더 ‘많이’ 먹여서 쑥쑥 크게 하고 싶어지지요. 그렇게 생각하니, 아기가 먹는 양이 부족해 보이구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아기는 자기에게 필요한 만큼 충분히 영양을 섭취하고 있습니다.


 

우리 아기에게 영양이 충분한지 아닌지 알 수 있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아기의 체중을 확인해보는 것입니다. 즉, 아기의 체중이 또래 아기의 체중과 비슷하면 대개는 충분한 영양 공급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도 큰 무리가 없습니다(우리 아이의 체중이 적당한지 알기 어려우시면, 가까운 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의사선생님과 상담해보세요).

 


그런데 이런 경우 아기는 자기에게 필요한 만큼 알아서 먹고 있는데, 부모가 더 먹으라고 하면 오히려 반감이 생겨 잘 안 먹으려는 경향이 생깁니다. 어른도 무슨 일을 하려고 하는데, 옆에서 ‘그 일 좀 해라’고 한마디 곁들이면 괜히 하기 싫어질 때가 있는 것처럼요. 아기도 스스로의 인격이 있는 사람이니만큼, 자기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 이유식에 대해 말할 때 이런 말이 있지요. “먹을 음식의 종류와 시간은 부모가 결정(준비)하고, 먹을 양은 아기에게 결정하도록 하라”


적당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아이들 중에 밥을 잘 ‘안 먹는’ 아이들… 그 중에 일부는, 간식을 지나치게 먹어서 그런 경우도 있으니 확인해 볼 필요는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아이에게 하루에 필요한 열량이 1000칼로리라고 합시다. 그런데 그 아이가 여러가지 간식(과자, 빵, 음료수, 주스 등)으로 500칼로리를 먹는다면… 당연히 밥을 적게 먹겠지요. 이런 경우 간식의 양이 너무 많지 않은지 확인해보고, 많다면 간식의 양을 줄이는 것이 먼저이겠지요. 또한 아이들은 부모들의 모습을 보고 따라하게 되어 있으므로, 아이에게 과자를 안 먹게 하려면 부모 먼저 과자를 안 먹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2)  특정 음식에 대해 예민한 경우 (Food Aversion)

 

아이들 중에 특정 음식에 대해 예민해하는 아이들이 있지요. 이런 경우 특정 음식의 맛, 혹은 질감을 싫어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옆에서 보기에는) 아무 이유없이 안 먹거나, 혹은 사래에 걸렸다든가 식중독이 걸렸다든가 하는 개인적인 안 좋은 경험을 한 이후 특정 음식을 피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3)  신체 질환이 있는 경우

 

몸이 아프면 안 먹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른들도 감기몸살에 걸리면 입맛이 없어지는 경우처럼요. 입안에 잇병이 생겼다든다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우리 아이가 너무 안먹어요’라고 하며 병원에 온 경우중에 알고보니 잇병이 심하게 나서 못 먹는 경우도 있었지요. 특정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도 그 음식을 먹기 싫어지겠지요. 그 음식을 먹으면 몸이 힘들어질테니까요.


 

(4)  애착 형성이 잘 안된 경우, 즉 아이가 안정적인 사랑을 받지 못한 경우

 

사람은 밥만 먹고 사는 것이 아닙니다. 사랑이 있어야 잘 크지요. 같은 음식을 먹으며 자란 아이들 중에도 주양육자(부모 등)로부터 안정적인 사랑을 받은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성장하는 반면, 안정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거나 갈등의 골이 깊은 경우 혹은 심지어 학대, 무관심 속에 자란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합니다. 또한 안정적인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잘 먹으려고도 하지 않지요. 이런 경우 안타깝게도 주양육자(부모 등)가 아기에게 안정적으로 사랑을 주기 힘든 상황(이를테면 가난, 우울증, 부부갈등 등의 심한 스트레스 등)에 처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양육자가 본인의 힘든 상황을 극복하고 아기에게 안정적인 사랑을 주게 되면, 아기는 주양육자의 사랑을 받고 쑥쑥 자라게 되지요. ‘부모’가 아닌 ‘주양육자’라고 제가 표현한 이유는, 아기들 중에는 여러가지 사정에 의해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 부모가 아니라 친척, 이웃 혹은 보육교사 등 그 누구에게라도 안정적인 사랑을 받으면 아기는 정상적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5)    그 외의 경우

 

그 외에도 우리 아이가 왜 밥을 안 먹는지 도저히 원인을 알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나열하기 어려운, 수많은 의학적인 질환들도 있구요. 어쩌면 매우 복잡한 심리와 인체를 가진 한 사람을, 단순히 몇 가지 원인으로 모두 설명하려는 것 자체부터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흔히 보는 몇 가지 경우를 위에서 설명드렸습니다.

 

아기가 정상적으로 성장하려면 적절한 음식과 더불어 안정적인 사랑이 필요합니다. 아기가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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