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생각... 30년 후가 두렵다.
[단독]당정, 직장인 위한 어린이집 100개 만든다
머니투데이 원문 기사전송 2011-08-10 17:01 최종수정 2011-08-10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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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뉴스를 읽고 우리나라 보육정책이 정말 큰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공부한 양육과 뇌과학을 근거로 정리된 생각을 적어본다.
언제인가부터 우리나라에서 "자녀 양육은 어린이집같은 기관에 맡기면 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 특히 육아비에 부담이 큰 일부계층에 한해서는 국가가 무상으로 보육해주는 정책이 시행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주위를 보면, 보통 아이가 3-4세 정도로 자라면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 같지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그보다 일찍, 경우에 따라서 돌 전의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경우도 있다. 내게 다니던 환자중에는 부모가 맞벌이하는데 아기를 맡길데가 없어서 4개월 된 아기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경우도 있었다.
그들의 사정이 이해가 안가는 것은 아니다. 맞벌이를 해야만 하는 경제적 사정, 부모의 개인적 성취, 육아로부터 잠시 해방되고 싶은 마음, 다른 아이보다 뒤쳐지지 않게 키우고 싶은 생각... 등 여러가지 이유에 의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어린이집에 보내면 아이는 새로운 사회를 경험할 수 있고, 또래 아이들을 만나면서 대인관계를 잘 유지하는 법 등을 체득하게 된다. 그래서 나를 비롯한 많은 소아과의사들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괜찮다고 말하며, 다만 가능하면 3세 이후에 보내도록 권장한다. 만약 아기를 일찍 보육시설에 맡겨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아기가 받는 영향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일단 발육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양분이 공급된다는 전제하에, 아기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사랑과 관심"이다. 배가 고프거나 주위가 불편해서 아기가 울 때, 부모로부터 안정적인 사랑과 관심을 받는 아기는 '자기가 위급할 때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것이 아기의 마음이 안정되게 만든다. 아기가 안정된 환경에서 자랄 수록 스트레스호르몬이 덜 분비되어 뇌발달에 유리해지고,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이타심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안정적인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이를테면 무언가 불편해서 계속 우는데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아기의 몸에서 스트레스호르몬이 분비되고 이는 뇌발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를 받는다면 그 당시의 충격이 뇌의 깊숙한 곳의 감정중추(편도체, amygdala)에 새겨져 사라지지 않는다. 이렇게 한 번 새겨진 안좋은 기억은 다음에 유사한 상황을 겪을 때마다 뇌에서 다시금 떠올리게 되고 민감한 반응을 보이게 된다. 어릴 때 알게 모르게 받은 여러가지 신체적 정신적 충격은 그 아이가 어른이 된 후에도 평생 남아있어 그의 삶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많은 사랑을 받아야 아이의 마음이 안정되고 뇌신경 네트워크가 한참 발달하는데, 그 시기에 안정적인 사랑을 받지 못한다면 그만큼 발달할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학대라는 게 때리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사랑받아야 할 시기에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 그것이 학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탈리아의 아이슈타인이라고 불리는 Giacomo Rizzolatti라는 과학자가 있다. 그가 발견한 사실 중에 '거울신경세포 mirror neuron'이라는 것이 있다. 뇌의 특정부분(parietofrontal mirror system, limbic mirror system)에 존재하는 것인데, 눈에 보이는 것을 행동으로 바꿔주는 신경세포이다. 단적인 예로, 어떤 일을 배울 때 '어깨 너머로 배운다'는 말이 있다. 내가 직접 해보기 전에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눈으로 따라보면서 '아, 이렇게 따라하면 되겠구나'하면서 배운다는 말이다. 거울신경세포가 바로 이 말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을, 보는 사람의 행동으로 옮길 수 있게끔 해주는 시스템이다. 아이가 부모를 따라하려는 것도 거울신경세포로 설명 가능한 셈이다.
거울신경세포는 운동을 조절하는 영역(parietofrontal mirror system)에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으며, 그뿐 아니라 감정을 조절하는 영역(limbic mirror system)에도 존재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즉 부모가 아기에게 보여주는 감정이 그대로 아기에게 전달되어 아기도 부모의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뜻이다. '사랑받은 자만이 사랑할 수 있다'는 말이 있는데, 감정조절중추의 거울신경(limbic mirror system)이 이 말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사실을 알고, 아기를 보육시설에 맡기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육시설에서 일하시는 분들... 물론 사랑과 정성으로 아기를 돌봐 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사랑과 관심이랑 비교할 수 있을까..??? 부모는 아기의 얼굴만 봐도 저절로 '세상에서 더없이 소중한 존재', '내가 살아가는 삶의 이유'라고 생각하며 아빠미소, 엄마미소를 짓게 되는데, 보육시설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그런 미소를 지어줄 수 있을까??? 아기가 '나를 정말로 사랑해주고 내가 불편하고 힘들때 나를 도와주고 안아줄 사람이 곁에 있다'고 느끼는 것과, '나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봐주는 사람은 옆에 없고 울어도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귀찮아하면서 와서 젖병물려주고 기저귀 갈아주는 사람이 있다'고 느끼는 것이, 정말 아무런 차이가 없을까??? 그리고 만약 그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기들이 대한민국 사회를 이끌 20-30대가 되면 과연 어떤 사람들이 될까??? 나는 그게 심히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상보육 안시켜준다고 나라에 불평만 하는 사람들... 혹은 아기는 나라에서 책임지고 키워줘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이 정말 무섭다. 그리고 어쩔 수 없으니 세금걷어서 아기를 '공짜로' 키워주겠다고 정책을 만드는 사람들...... 그들에게 이 나라의 미래를 맡겨야 하는 현실이 너무나도 두렵다.
비단 아기들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어른이 되어서도 자기를 진심으로 좋아해주고 존중해주고,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과 없다는 것은 큰 차이가 아닌가? 하물며 보는대로 배우는 아이들의 경우라면... 부모가 그런 사랑을 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마다 처해진 상황이 다르니 반드시 부모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대신에 양보하면 안되는 것은, '안정적인 사랑과 관심'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사람은 가족일 수도 있고, 친척일 수도 있다. 혹은 가까운 이웃이나 보육교사, 혹은 가사도우미일 수도 있다. 그리고 부모가 언제나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사랑을 주는 것도 솔직히 쉽지 않다. 사람이니까 실수할 때도 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그런 안정적인 사랑을 줄 수 있는 경우가 부모일수록 유리하다는 뜻이다. 여러 아이들을 동시에 돌봐야 하는 보육교사, 혹은 단지 돈벌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의 아이 봐주는 사람이 부모 같은 사랑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말 믿을만한 사람이라면, 아기를 맡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사랑스런 아기를 남에게 맡기고 싶어서 맡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제적 상황, 직업유지 및 기타 등등의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이유의 가치'와 '아기가 어떤 사람을 자랄 것인가'와 놓고 비교해봐야 할 것이다.
세상 살기가 참 쉽지 않다. 직장은 언제 짤릴 지 모르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졌다고 해도 10년후, 20년후에 또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른다. 그리고 다른 아이가 좋은 옷, 좋은 유모차, 좋은 학교, 학원 다니면 내 아이도 그렇게 해줘야 한다. 그런 마음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어쩌면 이런 문제의 뿌리를 찾아 내려간다면 태초의 인류까지 거슬러 가야하는 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에게 그렇게 해주기 위한 방법으로, 국가적인 정책이 '나라에서 책임지고 보육시켜주는 것'이라면...그리고 젊은 부모들도 국가에서 그렇게 책임져주기를 원한다면, 한국사회의 미래는 참 암울하다. 20-30년 후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이 사회의 중추가 될 때 나타날, 그 후폭풍을 누가 감당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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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acomo Rizzolatti, Maddalena Fabbri-Destro, Luigi Cattaneo. Mirro neurons and their clinical relevance. Nature 2009;5:24-34
Luigi Cattaneo, Giacomo Rizzolatti. The Mirror Neuron System. Arch Neurol 2009;66:557-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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