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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교육 & 육아

육아와 뇌과학에 대한 공부, 중간점검

육아와 뇌과학에 대한 공부, 중간점검

진유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육아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은 내게 전혀 생각지 못한 세상을 보게 해주었다. 몇가지 육아요령을 기대하고 시작한 공부를 통해 자녀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한 답을 얻었을 뿐 아니라, 처음에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대답, 즉 부모인 '내 인생'에 대해서도 답을 얻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다르게 말하면 '나를 기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대답까지 얻었다.

 

EBS에서 방송된 다큐멘터리, '마더 쇼크'를 보며 그동안 여러가지 책과 강의를 통해 알게 된 사실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간 김에 생각을 정리해본다. 여러가지 육아서적을 읽고 강의를 들었지만, 모든 책에서 한결같이 말하는 사실(원리)이 있었다. 그중에는 이미 짐작했던 사실도 있었지만 처음 알게 된 사실도 적지 않았다. 수많은 육아서적 중에는 자기자녀 한 두명 키워보고 자신의 방법이 최선인 양 쓴 책들도 있을 것이고, '공부잘하는 법' '똑똑한 아이가 되는 법' '세상에서 성공하는 법'등 수준이하의 책도 많기 때문에, 내가 책을 고른 기준은 어느 정도 과학으로 검증된 사실을 다루었거나 적어도 철학이 담겨있는 책이었다. 육아에서도 실험 혹은 객관적 관찰로 어느정도 증명 가능한 책이 나와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내 기대에 부합한 책들이 이미 여러 권 출간되어 있었다. 감명 깊게 읽은 몇몇 책에 대해서는 이미 간략히 리뷰를 한 적이 있으므로 여기에서 자세히 언급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아무튼, 내가 가장 궁금했던 것은 '동기부여체계'였다. 적어도 내 경험으로는, 예를 들자면,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백번 해봐야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공부하는 '척'하기는 하지만!). 그 대신 지극히 개인적이면서도 감정적인 사건을 계기로 공부에 매진하게 되는 듯 보였다. 어떤 행동을 하게 만드는 일련의 과정, 즉 동기부여체계라는 것이 궁금했었다. 이것을 알아야 나중에 자녀에게 어떤 행동을 기대할 때 백마디 말로 해봐야 효과가 거의 없는, '공부해라' '방 좀 치워라' '정리 좀 해라' '게임 좀 그만해라' 같은 잔소리-모두 내가 자라면서 들었던 말이다^^-를 하지 않고도 자녀의 행동변화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었다...

 

뇌과학을 몇줄로 요약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며, 공부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동기부여체계'와 '거울신경세포'였다. 그리고 철학을 가지고 쓰여진 육아책에서 한결같이 강조하는 것은 '자녀를 자율적 인간으로 인정하고 존중하라'는 것이었다.

 

1. 동기부여체계

 

"가장 최근에 실시한 신경생물학적 연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려준다. 즉 우리의 동기체계가 활발하게 작동하기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조건들이 있는데, 그것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게 되는 관심, 사회적인 인정 그리고 개인적인 평가라는 것이다 (학교를 칭찬하라, p.27)"

 

동기부여체계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누군가 의미있는 사람으로부터의 관심'이다.

 

2. 거울신경세포

 

요즘 뇌과학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는 거울신경세포(mirror neuron)다. '자녀는 부모가 하는 행동을 따라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가르쳐라'는 금언을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 거울신경세포의 발견이다. 타인의 행동 뿐 아니라 감정까지도 거울신경세포를 통해 따라하게 된다.

 

3. 자율(독립)과 존중

 

여러가지 책에서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바로 이 두 가지이다. 책마다 모두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모두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도 하다.

 

1) 자율, 독립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고기잡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는 속담이 뜻하는 바가 이것이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훨씬 쉽지만, 작은 일, 작은 결정부터 아이가 하도록 연습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음식은 부모가 준비하되 먹는 양은 아이가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면 한 두번의 식사만 따져보면 아이가 조금 부족하게 먹을 지 몰라도, 수일간의 영양을 계산해보면 성장에 필요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게 된다. 위험하지 않다면, 그리고 체격에 비해 무리한 행동이 아니라면 가능한 모든 행동에서 아이가 스스로 해보도록 할 필요가 있다.

 

2) 존중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해주면, 부모에게 자녀는 보호해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대화를 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 아이를 무시하지 않게 된다. 아이의 의견 뿐 아니라 감정을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것이 또 하나의 중요한 원리이다.

 

4. 내 진로문제

 

요약하자면, 부모(혹은 자녀에게 의미있는 사람)은 자녀를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면, 자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부모, 존경하는 사람, 이성친구 등)의 사랑을 받기위해(혹은 사랑에 부응하기 위해) 동기부여체계가 활성화되며 행동을 하게 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소중한 누군가와의 의미있는 관계'라는 것이다. 기독교인의 관점으로 적용해 본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의 의미있는 관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실은 내 진로에 대해서 큰 영향을 주었다. 내년 봄 제대후 진로를 정해야 하는데, 대학병원으로 돌아가 전임의를 할 것인지, 혹은 중소병원에 취직을 해야 할지를 정할 때가 되었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의 관계'와 '하나님과의 관계'라고 판단을 했고, 이 두가지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전임의를 한다고 해서 모든 것을 잃는 것은 아니지만, 전임의를 하면 가족과 종교를 포기하고 일단 병원에 '헌신'해야 한다. 헌신하지 않으면서 전임의를 하면 무능한 전임의가 된다. 그에 비해 중소병원에서는 진료시간(오전 9시-오후6시 안팎)만 '헌신'하면 된다.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 그리고 주말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며 하나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다(일하는 시간은 하나님과 동행하지 않는 시간이라는 뜻은 아니다). 이런 생각이 드니 고민의 여지가 줄었다. 아직 내년 진로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지만, 마음으로는 중소병원에 취직을 하기로 어느정도 결정을 내리고, 일할 병원을 슬슬 알아보고 있다.

 

내 인생에서 내 시야를 흐릴 수 있는 여러가지 것들이 있다. 그것은 돈일수도, 명예일수도, 혹은 개인적 성취 혹은 쾌락일수도 있다. 그것들을 만날 때마다 (쉽게 뿌리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할 필요가 있다. 돈, 명예, 성취 등이 무조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것이 내 삶에 의미를 주는 소중한 인간관계, 하나님과의 관계를 방해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된다는 것이다. 육아에 대한 공부는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해 주었다. 

 

정말 추천하고 싶은 책들)

 

문용린 교수의 정서지능강의

요아힘 바우어, 학교를 칭찬하라

마고 선더랜드, 육아는 과학이다

김성묵, 좋은 아빠 되기 프로젝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