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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클래식

[클래식] 정경화 바이올린 독주회

1. 아내와의 데이트

2011년 12월 19일... 크리스마스도 다가오고 아내와 특별한 시간을 보내고 싶어 공연을 찾아보던 중, 인천에서 정경화 바이올린 독주회가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티켓부터 예매했다. 아내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지만, 결혼후에는 아내와 단 둘이 보내는 데이트는 1년에 한 두번 하기가 쉽지 않다... 그럴수록 가끔씩이라도 연애하듯이 지내고 싶어 일부러 시간을 내어 데이트를 하곤 한다. 이미 CD와 mp3로 여러 바이올린곡이 귀에 익숙해졌지만, 인천에서 세계적인 대가의 연주를 들을 기회가 언제 또 올까 싶어 티켓을 구입했다. 예술의 전당에서는 그런 연주회가 비교적 자주 있지만, 지리적으로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지 않다.

이번 연주회에서 연주한 곡이다.

W.A.Mozart, Violin Sonata No.21 in e minor, K.304
Johannes Brahms, Violin Sonata No.1 in G major, Op 78 ‘Regenlied’
J.S.Bach, Orchestral Suite No.3 in D Major, BWV.1068-2.Air (Air on the G String)
Cesar Frank, Violin Sonata in A Major

여기에 앵콜곡으로 엘가의 사랑의 인사, 모짜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K.303,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까지 들었다.

이어폰을 통해 듣는 CD소리도 깊은 감동을 주지만, 10여미터 거리에서 직접 듣는 거장의 연주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애시당초 옳지 않은 일이다. CD 혹은 mp3를 통해 듣는 음악은 좋아하는 사람의 사진을 보며 마음으로만 그리며 즐거워하는 것이라면, 연주회에서 직접 듣는 음악은 좋아하는 사람과 직접 만나서 차 한 잔 하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Karajan이 CD의 세계를 열기 시작했을 때, Carlos Kleiber가 왜 그리도 음반녹음을 꺼리고 실황연주만을 고집했는지가 비로소 깊이 이해가 되었다. 물론 CD의 보급이 없었다면 나 같은 사람은 클래식음악을 듣지 못했긴 했겠지만...

2. 바이올린 음악

내게 클래식음악의 귀를 열어준 곡이 Mozart symphony 29번이라면, 내게 바이올린소리의 귀를 열어준 곡은 Beethoven violin sonata 9번 'Kreutzer'이다. 특히 바이올린 소리가 내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바이올린 특유의 애절한 소리 외에도, 마치 인생을 이끄는 진리와 같이, 오케스트라의 여러 소리 중에서도 핵심을 꿰뚫는 듯한 소리에 있다.

많은 음악이 그러하지만 클래식 음악, 특히 바이올린의 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신비한 능력이 있다. 마음이 차분히 만들어주는 음악도 있고, 어렸을 때 즐거웠던 동심을 불러 일으키는 음악도 있다. 첫사랑의 달콤함을 떠올리게 하는 음악도 있고, 삶의 마지막 순간에서 인생 전체를 조망하는 듯한 음악도 있다.

거장의 연주도 그러했다. 이 날 정경화님의 연주는, 어떤 부분에서는 마치 말을 타고 광활한 대지를 달리는 장수처럼, 어떤 부분에서는 외손주를 반갑게 맞으시는 외할머니처럼, 어떤 부분에서는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남자의 떨림과 후회없음을 가지고, 어떤 부분에서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시로 승화시키는 시인의 감성으로 연주하는 것 같았다.

음악속에 인생이 있고, 거장의 연주속에 인생이 있다... 음악을 들을 때면, 인생을 느끼기에 내 귀는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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