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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내 생각

[스크랩] 나는 무덤입니다- 한웅재

[스크랩] 나는 무덤입니다- 한웅재

김복기2010-09-02 21:28:09주소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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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무덤입니다. 
인생의 마침표가 찍혀지고 나면 
그 남은 몸과 뼈를 품는 일이 저의 일입니다. 
죽은 자들과 산자의 경계에 저는 있습니다. 
눈물에 퉁퉁 부어오른 
사람들의 분홍빛 얼굴과 
아쉬움과 가슴아픈 구비구비 사연들이 
모두 떠나간 자리에서 
저는 이제 영혼이 떠나간 시신을 지킵니다. 
본래 그 육신이 떠나온 흙으로 돌아가는 
어찌보면 죽음보다도 숭고한 작업을 
지켜 보는 일이 저의 일입니다. 

풍겨오던 악취는 단지 잠시일 뿐 입니다.
그 썩어짐 뒤에는 
마치 들속에 숨어서 뜨겁게 썩고난 씨앗이 
대지를 뚫고 또 다른 생명으로 자라 
하늘을 향해 떨쳐 일어나듯이 
몇 일간의 썩어짐을 경험한 육체들은 
흙이 됩니다. 
그들과 함께 했던 저 대지의 일부분이 
되는 것이죠
저는 이 일을 지켜봅니다. 
따갑게 햇빛이 내려쬐는 날도 
잿빛 구름이 빗방울을 뿌려 
여기 저기 이세상을 온통 후들거릴게 
할 때두요

그런것이 저의 일입니다. 
사람들의 가슴아픈 사연과 
아쉬운 눈물 뒤에 맞겨진 그일을 하는 것

그런데 저는 참 이상한 일을 경험했습니다.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저는 정말이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분명하고 완전한 것인지 
한쪽으로는 절대 열려질 수 없는 문처럼 
그것은 오직 한 방향일 뿐입니다. 
생명에서 죽음으로 말입니다. 
때마다 찾아 오는 사람들의 그리움이 
하늘보다 높다 할지라도 
죽음은 절대 입을 열지 않습니다. 
절대 양보하지 않습니다. 
한마디도 말하지 않습니다. 
결코 자신의 입장을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제가 경험한 신비한 일을 
말하려던 참이었지요?
저는 한분을 품었었습니다. 
그분의 온몸은 정말이지 말이 아니었지요 
그분의 몸은....
결국에는 자신들도 
죽음이라는 운명을 맞이할 또 다른 그들이
도대체 어떻게 누군가 다른이의 죽음을 
저렇게 다룰 수 있을까요 
그분의 온몸은 굳어엉킨 그분의 피로 
가득했습니다. 
그분의 시신이 세마포에 쌓여 지기전에 
저는 그런 생각까지 했습니다. 
저건 사람이 아닐꺼야 
누가 같은 사람을 저렇게 대할 수 있겠어
머리로 부터 발끝까지 검게 물들인 
본래는 붉었을 그분의 피를 보며 
제속에는 왠지 이분을 잘 모셔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명에서 죽음으로 건너간 
그분의 사연을 알 수 없지만 
건너가기 직전 그분이 당했을 일을 
생각하면....
뭔가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죽은이들에 대한 예의죠 

돌문이 닫혀지고 
무덤안이 잘 갈아놓은 먹마냥
까맣게 어두워질때 
굳게 닫혀진 저의 문이 
삶과 죽음 그 빛과 어두움을 
나누기 시작하게 되었을 때
제 안에 가득했던 그 죽음이란....

그렇게 하루가 또 하루가 지났습니다. 

그리고 그 이상한 일이 제게 생긴 것입니다. 
죽음의 굳게 다문입이 열리던 날.....
저는 그 사실을 아직도 믿을 수가 없습니다. 
찢겨지고 식어진 육신에 다시 영혼이 
찾아오던 그일을 목격한 것입니다. 
저는 그 사건을 목격한 유일한 존재입니다. 
죽음이 생명으로 바뀌는 놀라운 
아니 놀랍다는 표현으로는, 
그 정도의 표현으로는
그릴 수 없는 그 일이 
제속에서 있었던 것입니다. 
어둠속에서 그 죽음의 고약한 향기 속에서 
그 절망의 완전한 어두움 속에서 
뭔가가 흐르기 시작했고 전 그걸 생명이라고 부를 수 밖에는 없습니다. 
그분이 일어나 앉으셨습니다. 
일어나 앉아 길게 한번 내리쉬시는 
그분의 한숨, 
그 입김을 타고 흘러 나오는 것은 
여기 무덤에 죽음을 묻고 돌아가는 산자들에게서 나오는 것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이럴수가 그가 죽음을 이긴 것입니다. 
그가 그 어둠의 완벽하고 굵은 장막을 
거두어 낸 것입니다. 
그 완벽한 닫혀진 빗장을 부순것입니다. 

죽음을 경험한 무덤은 지천에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삶을 경험한 무덤입니다. 

그분의 소식이 각지로 퍼져 나갔다는 소문을 지나는 사람들에게서 들었습니다. 
그분의 이김을 찬찬히 놀라운 맘으로 살펴본 저는 
이제 죽음이 던져주는 끝을 믿지 않습니다. 
어찌 그것을 믿을 수 있겠습니까
제속에서 바로 제 속에서 시작되었던 그 생명의 능력을 보았는데 말입니다.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손에 잡힐 듯 느껴집니다. 
그 생명의 능력을,
죽음을 이기고 나오는
그 능력을 말입니다. 
저는 무덤입니다. 
죽은자의 무덤이 아니라 
사신분의 무덤입니다. 
가지런히 개켜 놓은 피묻은 세마포가 있었던 
그 살아 생동하던 무덤입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그 완벽한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신 
그분을 삼일간 품고 있었던 무덤입니다. 



당신과 내 안에 있는 무덤과 같은 죽음을 향한 생명이신 그분의 부활을 보내며....
2004.4.11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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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yosil.org 
효실교회 한웅재 전도사님

시인 + 가수 = 한웅재....
어떻게 저런 글을 쓰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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