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을 일흔번도 넘어
성탄을 일흔 번도 넘어 맞이하고도
나의 안에는 권능의 천주만을 모시고 있어
저 베들레헴 말구유로 오신 그 무한한 당신의 사랑 앞에
양을 치던 목동들처럼 순수한 환희로 조배할 줄 모르옵네.
성탄을 일흔 번도 넘어 맞이하고도
나의 안에는 허영의 마귀들이 들끓고 있어
‘지극히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마음이 착한 사람들에게 평화’
그 날 밤 천사들의 영원한 찬미와 축복에 귀먹어 지내고 있습네.
성탄을 일흔 번도 넘어 맞이하고도
나의 안에는 안일의 짐승만이 살고 있어
헤로데 폭정 속, 세상에 오셔 십자가로 당신을 완성하신
그 고난의 생애엔 외면하고 부활만을 탐내 바라고 있습네.
성탄을 일흔 번도 넘어 맞이하여도
나 자신 거듭나지 않고선 누릴 수 없는 명절이여!
구상, <두 이레 강아지만큼이라도 마음의 눈을 뜨게 하소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