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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내 생각

휴가

2005.10.15 18:16


 

부원장님의 어명(!)으로 주어진 특별휴가를 다녀왔다.

2박 3일의 그리 길지 않은, 그러나 38시간 근무 10시간 오프인 레지던트 1년차에게는 더 없이 충분한 휴가다.

특별 휴가의 절반을 어머니와 보내고 지금 막 집에 들어왔다.

 

낮시간에 병원에서 나오는 것은, 가끔 휴일에 점심먹으로 나올 때 그리고 반년 전 쯤 1년차초반에 힘들어 잠시 철없이 외도(!)할 때 이후 참 오랜만이다.

2박 3일을 아무것도 안하고 잠만 자라고 해도 '감사합니다'라고 할 만큼 반가운 휴가지만, 지난 여름 휴가에 나 홀로 여행을 가면서 어머니를 모시지 못하고 간 것이 못내 마음에 남아, 이번에는 꼭 어머니와 같이 여행을 가리라 다짐했다.

아버지 생전엔 두분께서 여기저기 여행을 많이 하셨는데, 어머니 혼자 되신 후에는 그러지 못한게 늘 마음에 남았다.

어머니가 슬쩍 백담사 얘기를 하시길래 마침 단풍도 볼겸 설악산으로 갔다.

여느때같으면 늘 시간에 쫓기는지라 고속도로를 타고 갔겠지만, '휴가'인 만큼 또 산과 강을 보지 못하고 허연 병원 벽만 보고 살기에 자연도 즐길 겸 일부러 국도를 탔다. 집에서 나서고 30분쯤 지났을까, 강변북로를 한창 달리고 있는데 어머니 눈에 이슬이 맺힌다. 지난해 떠나신 아버지생각이 나신 것이다. 잠깐이지만 괜히 아버지 생각나게 같이 가자고 했나 하는 생각도 했다.

중간에 춘천에서 막국수를 먹고. 소양호를 따라 굽이굽이도는 46번 국도를 타고, 미시령을 넘어 속초에 갔다. 속초에 도착하니 저녁 7시를 넘어섰고 이미 땅거미가 내려있었다.

대포항을 찾아 포장마차식의 횟집에 들어가 4만원에 다양한 회를 푸짐하게 먹었다. 횟집 아주머니가 아들과 함께 왔냐며 부러운 인사를 한다. 너무 배불러 아무것도 못하고 민박집을 자고 바로 잤다.

다음날 아침에 설악산으로 들어가면서 길가의 음식점에 들어가 식사를 하는데 그 집 아주머니도 모자간의 여행을 부러워하신다.

그다지 특별한 이벤트가 있거나 볼거리가 남달랏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막내아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신게 마냥 좋으신가보다. 어머니와 둘이 간 것은 작년 봄엔가 마니산에 다녀온 이후 두번째다. 아버지 생전엔 아버지가 같이 여행하자고 하신 적이 몇번 있었지만, 무엇때문에 그랬는지 매번 싫다고 하고 두분이 다녀오시라고 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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