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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경제학 & 사회과학

[책] 착각의 경제학, 세일러, 위즈덤하우스

 


착각의 경제학

저자
세일러 지음
출판사
위즈덤하우스 | 2013-01-02 출간
카테고리
경제/경영
책소개
승자가 패자가 되고, 패자가 승자가 되는 시대, 어떻게 살아남을...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테오의 표현처럼, 내 인생, 내 자녀의 인생, 내 자녀의 자녀의 인생, 내 자녀의 자녀의 자녀의 인생에서까지 먹고 살 만큼의 돈을 벌어야 행복해지는 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끊임없이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 수 있을 때 벌어야 하는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내가 어떻게 현재를 바라보고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가 하는 고민에서 읽기 시작한 세일러의 책. 전작 '불편한 경제학'을 통해 경제현상 속에 나타나는 사람의 탐욕을 보았고, 이 책 '착각의 경제학'을 통해 그 탐욕을 더 분명히 보았다. 물론 그 '탐욕'을 가진 사람들 중에 나도 예외는 아니다.

 

앞으로 미래에 대해 사람들은 여러가지 의견을 내놓는다. 여기서 세일러는 기축통화인 미국의 달러가 안전자산이며, 당분간 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그래도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이 책을 쓴 세일러라는 필명의 저자는, 내가 개인적으로 대단히 싫어하는 DAUM 아고라에서 글을 쓰는 논객이라기에, 책을 읽기전에 거부감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나는 좌파니 우파니, 진보니 보수니 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굳이 한쪽에 서라면 우파 혹은 보수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다보니 경제현상에 대한 그의 분석과 미래에 대한 예측을 읽으며 그의 지식의 깊이에 감탄했다. 그러나 그의 경제지식은 내가 감탄하게된 '절반'의 이유이다. 사람이기에 틀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신의 영역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고 그의 블로그를 가보고, 호기심 때문에 다음 아고라에도 가 보았는데 예상대로 그의 글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지는 모습이었다. 수백개의 댓글중에는 세일러를 '신봉하며 믿는' 사람도 보이고, 그를 '책장사' 혹은 '정부의 끄나풀' 같이 비하시키며 비아냥 거리는 댓글도 많이 보였다. 신봉하는 댓글에 마음이 조금 더 가는 것을 보니, 나는 아마도 이 책의 저자를 '신봉'하는 쪽에 가까워진 것 같다. 몇개를 더 읽다가 저속한 표현이 많이 보여, 더 읽어봐야 내 눈만 더럽히겠다 싶어서 나와버렸다.

 

나를 진심으로 감탄하게 만든, 나머지 '절반'의 이유는 책 곳곳에 보이는 그의 가치관 때문이다. '우파'들이 싫어하는 '좌파'의 모습은 개인의 능력(성실성 및 노력 포함)에 관계없이 가능한 평등한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인데, 세일러는 이런 것을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좌파'가 싫어하는 '우파'의 모습인 돈 많은 사람이 더 쉽게 돈을 벌고 더 편하게 사는 세상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않는다. 그대신 우파이건 좌파이건 사람은 누구나 (겉으로는 공평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원한다고 하면서) 자신의 이익과 탐욕을 위해 움직이게 된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리고 '지나친' 탐욕을 부리는 순간 모두가 공멸하게 된다는 역사를 인정한다. 이것이 저자의 가치관이다.

 

"인류 역사상 그 어떤 체제든 간에 항상 수혜집단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수혜집단이 없는 공평무사한 체제가 존재하면 좋겠지만 지금까지 존재한 적이 없었다. 그렇다면 인류의 지혜가 아직 절대선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보고, 절대선이 아니라 비교를 통하여 상대적으로 그나마 나은 체제가 어느 체제인가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일 것이다(p.477)"

 

사람은 절대선이 될 수 없다는 현실. 그럼에도 사람이 절대선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 이 두가지 사실 사이의 긴장을 역사라고 부르면 적절할 것 같다.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은 일차적으로 '나'에게 이익이 될 때 가까이 와 닿는 것이다. 누구라도, 남들보다 나에게 크게 손해가 생기는데, 내 월급이 깎이고 내가 낼 세금이 많아지면 일단 '정의롭지 않다'고 받아들이게 된다. 이 부분을 솔직히 받아들이고 모두가 공멸하지 않기 위해 고민하며 분석한 책이 이 책이라 할 수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톨스토이의 소설이야기를 꺼내며, 사람이 무엇을 위해 돈을 모으고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원점으로 돌아가 고민한 흔적이 책 뒷부분에 보인다. 그리고 저자는 그에 대한 답을 이미 찾았다. 미래는 신의 영역이기에 사람의 분석이 틀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지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답을 톨스토이와 같이 '사랑으로 산다'고 생각하는 저자이기에, 경제학책임에도 불구하고 '감명깊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책 첫머리의 속표지를 보니 '사랑하는 아내에게, 아내를 보내주신 장인어른과 장모님께'라고 써있는 것이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