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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교육 & 육아

미국 최고의 교수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켄베인, 뜨인돌



미국 최고의 교수들은 어떻게 가르치는가

저자
켄베인 지음
출판사
뜨인돌출판사 | 2005-04-2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왜 미국 최고 교수들의 교수법인가?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문휘창 ...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1. 강의


대학생 때 잠시나마 교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고, 지금도 가끔씩 강의를 부탁받으면 내 주제를 넘어서는 것까지도 공부해서 강의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특정 주제에 관련된 책을 4-5권 읽고 머릿속으로 개념을 정리해서 누군가에게 설명하면, 내게는 큰 지적자산이 되기 때문이다. 이제 대학교수의 꿈은 접은지 한참 되었지만, 계기가 된다면 한 분야에 대해 깊은 경험과 이해를 가지고 학생들을 가르치고 싶은 꿈은 아직 버리지 않았다. 그 분야가 철학이 될지, 뇌과학이 될지, 혹은 또 다른 것이 될지 모를 뿐이다. 이러한 꿈을 가지고 있음에도 현실은, 어떤 경우에는 내 지식의 부족함 때문인지, 나는 재미있게 공부한 주제이지만 듣는 사람입장에서는 지루한 강의였던 경우도 없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 책을 P집사님에게 소개받아 읽게 되었다. 


2. 가르치는 것인가 배우는 것인가


어릴 때 더듬더듬 유아어로 말하던 아이의 예쁜 모습이 내 기억에 분명히 각인되면서, 진유가 아빠를 사랑하는 것보다도 내가 진유를 더 사랑한다고 믿고 살았는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이가 나를 더 사랑한다는 것이 점점 분명해진다. 책을 읽어보니 최고의 교수들도 이와 비슷한, 역설적인 생각들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아마도, '처음엔 내 지식과 경험을 학생들에게 많이 가르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가 학생들의 무한한 잠재력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많습니다. 나는 그들이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도울 뿐입니다.'라고 말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에 대해, 단점은 정직하게 바라보면서도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믿는, 신뢰가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학생들에게 뿐만 아니라, 가족을 비롯해 많은 인간관계가 이래야 한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갈만한 가치가 충분한 길이다. 


3. 지식을 주는 것인가 지식을 받는 것인가


동기부여체계에 대한 요아힘 바우어 박사의 책을 읽고도 비슷한 생각이 들었지만, 최고의 사랑은 타인(그것이 자녀를 포함한, 누구에게라도)의 존재를 정직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타인의 의견을 전적으로 묵살한다든지, 타인의 행동이 전적으로 잘못되었다는 듯이 판단하게 되는 순간 그의 마음에 내가 들어갈 자리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면 그에게 내가 원하는 동기를 부여할 수 없다. 즉 여기에 역설이 숨어 있는데, 내가 생각하는 어떤 일에 대한 동기를 타인에게도 심어주려면,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존재하고 있던 다른 동기를 인정해야 한다. 다른 동기를 가진(혹은 동기가 특별히 없는) 타인을 그대로 인정해야, 내가 가진 동기가 전달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타인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내가 전해주고 싶은 동기는 전혀 들어갈 틈이 없어진다.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 문화에 대해 생각해본다면,  학생이 스스로 공부를 하기보다는 누군가(많은 경우 부모)가 짜준 '완벽한 계획과 정보'에 의해 공부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것은 공부라는 과정에 숨겨져 있는 놀라운 비밀-지식을 얻을 때 느껴지는 놀라운 즐거움-을 (불행한 경우 영원토록) 감춰버릴 뿐 아니라 공부 자체를 극도로 재미없고 지루한 과정으로 만들어 때에 따라 혐오하게 만들기도 한다. 배우는 자의 상황에 대한 배려와 이해 없이 '계획과 정보'가 완벽하면 완벽할수록 그럴 것이다. 물론 이런 계획과 정보라도 있는 것이 방관에 가까운 철저한 무관심보다야 나을 것이다. 


'계획과 정보'를 가지고 그에 따라 많은 지식을 학생에게 전해주려고 하지만, 학생 스스로의 학습동기가 유발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쇠 귀에 경읽기'가 되어버린다. 일종의 배달사고이다. (지식을) 주는 사람은 있는데 (지식을) 받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다행이도 (어떤 계기에 의해) 학생 스스로의 학습동기가 유발된다면 배달사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설령 처음에 이해하지 못해 지식을 받지 못하더라도 분실된 것은 아니기에 다시 배달되어 결국 받게 된다. 그러니 무엇이 학습동기를 유발하는가, 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위에서 쓴 것처럼, 강요하지 않아야 받아들인다. 배우는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고 그에 눈높이를 맞춰야 그가 배우려는 마음이 생길 여지가 남는다. 그렇다고 방관하는 것은 또 다른 극단이기에, 두 극단 사이에서 중간의 적절한 지점을 찾기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기에 나는 '은총'을 믿는다.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된 것(시편 127편)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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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3 특정형태의 칭찬도 학습에 해로울 수가 있다. '사람 중심 칭찬'(이걸 이렇게 잘 해내다니 넌 정말 똑똑해!)을 지속적으로 들어온 어린아이들은, '과제 중심 칭찬'(참 잘했어!)을 듣고 자란 아이들과 비교하여, 지능이란 새로운 학습을 통하여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까지나 고정되어 있는 것이라고 믿기 쉽다. 사람 중심 칭찬을 들은 후 좌절을 경험했을 때, 아이들은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나는 생각했던 것만큼 똑똑한 아이가 아닌가봐!')


p.64 최고의 교수들은 학생들의 경쟁심을 자극하는 교수법을 삼간다. 


p.117 최고의 교수들은 이들과는 대조적이었다. 스탠포드대 학생들 대다수가 학구적으로 뛰어나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개인의 뛰어난 자질이라기보다 좋은 환경의 부산물 같은 것이라는 점도 언급했다. 스탠포드대 학생들은 사실 앞에서 말한 부정적 고정관념의 위협을 경험한 적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p.117 한 마디로 그들은 학생들에게서 감춰진 소질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고, 학생들을 진심으로 대했으며, 모든 학생을 존중하였다.

p.118 이들과 달리 몇몇 교수는 전통적 잣대로 보았을 때의 '최고의' 학생, 혹은 '가장 영민한' 학생들만 지도하길 원했고 그들과 배경이 조금이라도 다른 학생들은 거의 경멸에 가까운 어조로 이야기했다. 최고의 교수들은 학생 개개인의 능력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가르침을 이끈 것은 바로 그 믿음과 이해였다. 


p.119 "저는 학생들에게 생소하게 다가올 부분과 익숙하게 느껴질 부분이 어디인지 알아내어 그 두 가지를 연결할 방도를 찾습니다"

p.121 자신의 수업은 그녀가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만찬이며, 학생들은 초대손님이라고. 그러니 어떻게 소중하게 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p.126 대체로 학생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교수들은 기억을 단지 저장장치로, 그리고 지능을 그 탱크에서 정보를 꺼내 사용하는 능력으로만 인식하고 있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p.141 그들은 단순히 '정답'을 구하는 정도의 능력은 인생에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보았다.

p.142 뛰어난 교수들은......이해력이나 증거를 이용한 결론 도출 능력, 중요한 질문을 제기하는 능력 등의 사고력을 매우 중시하는 대신, 전통적인 학습 목표에 그렇게 얽매이지는 않는다. 쉽게 말해 기억력이나 주변 정리, 시간엄수 혹은 깔끔한 습관보다 이해력 및 추론능력, 뛰어난 통찰력 등을 더 중요시한다. 글자를 잘 쓰느냐 못 쓰느냐, 노트 정리를 잘 하느냐 못 하느냐 따위는 생각한 바를 직접 글로 표현하는 능력에 비하면 매우 사소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p.144 폴 베이커는 이렇게 말했다. "교수법에 대해 내가 가진 가장 절대적인 생각은, 그 출발은 어디까지나 학생이라는 것입니다. 어떤 교수이든 자기의 지식을 자랑하려고 강단에 서지는 않습니다. 


p.153 도널드 사리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 과정을 끝냈을 때 나는 학생들이 자신이 미분학을 발명했으며 단지 조금 늦게 태어나는 바람에 뉴튼에게 한발 뒤진 것뿐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하고 싶습니다."


p.174 그들은 정확한 언어 전달을 위해 거울 앞에서 발음 연습을 하기도 했으며 표정을 연구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또 어떤 교수들은 자신의 음색을 조절하기 위해, 적절한 제스처를 사용하기 위해, 구부정한 자세나 웅얼거리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부었음을 고백했다.


p.175 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시간을 때울 생각으로 혹은 학생들에게 나의 지식을 과시할 생각으로 강의에 임하면, 그 강의는 틀림없이 실패합니다. 그건 분명한 사실이지요. 참 신기한 일입니다. 


p.185 최고의 교수는 학생들에게 주제를 정해주고 토론을 지시하는 대신, 기사 또는 교재의 특정 부분에서 다루고 있는 아이디어, 쟁점들을 가지고 구체적으로 토론하도록 지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토론에 들어가면, 교수들은 학생들에게 주요 쟁점이나 문제점에 대한 그들의 생각과 그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대화가 점점 무르익음에 따라, 그들은 학생들에게 논거 제시를 요구했고, 논거의 성질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으며, 그로부터 논쟁을 유도했고, 학생들이 서로의 의견에 이의를 제기하도록 하여 서로를 자극했으며, 신념과 태도에 의거한 동의 및 반대 입장을 지적했고, 아주 적절한 질문을 던졌다.


p.205 펜실베니아 대학의 한 여학생은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교수님이 처음 화학 공부를 시작했을 때 겪은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걸 듣고, 저도 자신감을 얻어 공부를 계속하게 됐습니다. 전 교수들은 전부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엄청나게 좋은 줄 알았거든요."


p.216 특히 관심을 가진 것은 예의와 품위를 가지고 학생을 대하는 그의 태도이다....그는 학생이 그의 견해에 강하게 반대할 때도 학생의 의견을 주의 깊게 경청하며, 틀렸다고 지적하기보다 그에게 질문을 던질 때가 더 많다. 학기가 마감되면서.....그는 멤버들을 데리고 그리니치빌리지에 있는 아늑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 데리고 간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즐기며 학생들과 그들의 인생과 포부에 대해 장시간의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