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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교육 & 육아

[책] 베이비 브레인, 존 메디나

육아의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 책읽기의 정점을 찍는 책. 사실 내가 이전에 읽은 여러 책과 많은 내용이 겹치기는 하지만, 일목요연하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정리한 책이다. 그럼에도 350여 페이지에 이르는 분량은, 그만큼 중요한 사실을 많이 담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나는 이런 표현을 잘 쓰지 않지만, 이 책 한 권을 정독하면 육아에 대해 과학에서 연구된 핵심적인 내용은 다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더 깊이 있는 연구결과나 학술적인 내용을 알고 싶으면 다른 책을 더 읽어야 할 것이고.

 

1. 정직

 

나는 과학을 신뢰한다(그렇다고 맹신하지는 않는다). 내가 과학을 신뢰하는 이유는, 정직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은 보인다고 말하고,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정직은, 자신의 발전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마음의 자세이다. 자신의 장점은 장점대로 단점은 단점대로 인식할 수 있어야,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을 뿐 아니라 단점으로 인해 겸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정직을 '초감정(meta-emotion)'이라는 단어로 표현했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을 말하는데,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는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이라는 책에서 아마도 meta-emotion에 대해 자세히 말하고 있는 듯 하다. 이 책에 나온 표현은 아니지만 메타인지(meta-cognition)이라는 표현도 있다.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다. meta-emotion과 meta-cognition, 즉 감정과 상태에 대해 정직한 태도가 문제해결과 자아성장에 매우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너 자신을 알라'는 그리스 현인의 말은, 정말이지 지혜로운 말이 아닐 수 없다.

 

2. 잔소리

 

왜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은 하기 싫어지는가...? (사랑하는 사람이 시키는 상황은 예외^^). 내가 가장 궁금해했던 질문이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왜 잔소리는 듣기 싫은가?'라고도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답변이 이 책에 나와있다. 관찰가능한 연구의 결과로 답한 것이기에, 정답이라기보다는 답변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이러한 답을 들려준 이가 없었기에, 이 책에 대답이 적혀있다는 사실로도 만족한다. 답변을 요약하자면, '사람의 두뇌는 안전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라고 할 수 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읽어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이 대답이 정답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권면(잔소리^^)에도 불구하고 내가 꿋꿋이 공부하지 않았던 상황에 대한 설명은 된다. 그러던 내가 고등학교 2학년때,  다시 공부하라고 해도 그보다 더 열심히 할 수 없을 정도로 갑자기 최선을 다해 공부하게 되었던 상황에 대한 설명은 요아힘 바우어의 책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원칙'에 자세히 나온다. 그리고 이제는 고3이나 의과대학 시절만큼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즉 시험을 치루지 않아도 되는 서른 중반의 나이가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여 여전히 책을 즐겨 읽고 있는 상황에 대한 설명은 요아힘 바우어의 책 '공감의 심리학'에 자세히 나온다. 이런 내용 모두를 깔끔하고 간략하게 정리한 내용이 이 책 '베이비 브레인'에 실려 있다.

 

3.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부모가 되고 싶은 것을 아이에게 강요할 것인가 아니면 (무엇인지는 몰라도) 아이에게 숨겨진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하게끔 부모가 최고의 조력자가 될 것인가...에 대한 대답 또한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연애 혹은 짝사랑 때에도 그러하지만, 상대방을 자신의 필요에 일방적으로 맞추려고만 하는 경우가 많다(적어도 나는 그랬던 것 같다). 상대방과 같이 있고 싶은 뜨거운 내 마음의 열정 혹은 상대방이 나를 위해 이런 사람이 되어주면 좋겠다는 나의 개인적인 욕심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경우가 얼마나 많았던가...!  결혼 또한 마찬가지다.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는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적든 많든 서로가 양보하고 배려하지 않으면 결혼생활은 쉽지 않다. 먼저 배려하는 게 말처럼 쉽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배려하지 않고 버티다가 갈등이 커진다음에 갈등을 해결하려면 더더욱 어려워진다.

 

자녀교육도 비슷하다. 부모와 자녀의 관계 이전에, 사람 대 사람의 관계이기에 그러하리라. 부모가 원하는 모습의 자녀상과, 자녀가 스스로 원하는 모습의 자녀상이 각각 다르다면 둘 중 하나가 정답이 되기는 어렵다. 정답은 아마 그 사이 어디인가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정답'은, 부모와 자녀가 서로의 감정을 읽고 배려해주면서 사랑하다 보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 아이를 하버드대학교에 들어가게 하려면 어떻게 키워야 하나요?"라는 질문은,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부모라면 누구나-특히 한국사회에서는 거의 대부분- 이런 질문을 속으로라도 한 번씩은 해봤을 텐데, 이에 대한 '베이비 브레인'의 대답은 이렇다.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자녀교육에 대한 분명한 정답은, 자녀와 부모가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모가 자녀를 '일방적으로' 사랑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라, '서로' 사랑하게 되는 것이 정답이다. 어쩌면 이는 자녀교육 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정답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예수님도 그렇게 생각하신 것 같다. 그러지 않고서야 "주 너의 하나님을 사랑하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말씀하셨을 리가 없다. 그래서 나는 예수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