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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영화

[영화] 샤인-순간에 맞는 이유를 찾아야 해



샤인 (1997)

Shine 
9.2
감독
스콧 힉스
출연
제프리 러시, 저스틴 브라인, 소니아 토드, 크리스 헤이우드, 니콜라스 벨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105 분 | 1997-01-25
글쓴이 평점  

1997년, 고등학교 3학년이었을 때 개봉된 영화를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오늘 갑자기 보게 되었다. 19살때가 아닌 35살이 된 지금에서야 보게 되어서 좋은 점이 하나 있다면, 클래식 음악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게 된 것이다. 영화의 소재가 피아니스트라는 것만 알고 영화를 봤는데, 사실 음악영화라고 해도 과장되지 않을 정도로 클래식음악이 영화 곳곳에 흐른다. '미치지 않고서야 이 곡을 연주할 수 없네'라는 왕립음악학교 교수의 말처럼, 연주하고 나서 정말로 '미치게 되어' 정신병원에 수용되게 되는 과정에서의 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다가 어느 레스토랑에서 즉흥 연주로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된 '됭벌의 비행', 그리고 리스트의 ' La Campanella'까지. 음악감상만으로도 즐거운 영화이다.


영화속에서, 어려운 살림에도 음악교육을 시킨 아버지의 유일한 바램은 아들 데이빗이 콩쿨에서 우승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데이빗은 콩쿨에서 우승은 하지 못한다. 우승자가 유명 피아니스트가 되어 콘서트를 갖는 반면, 데이빗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 연주후 경련을 일으키며 정신질환이 생기고, 혼자서 살지 못할정도로 퇴행하게 되고 사람들에게 잊혀진다. 그런 그를 길리안이라고 하는 여성이 사랑하게 되어 결혼하고, 데이빗을 피아니스트로서 부활시킨다.


영화에서 가장 감동을 주는 장면은 영화 마지막 부분에 데이빗의 피아노 연주회장면이다. 그의 천재성을 다시 세상에 알리게 된 자체로도 감동을 주었지만, 연주회장에 온 몇몇 사람의 모습, 특히 어려운 살림이라 아들의 음악적 재능을 후원해주지 못했던 어머니, 그리고 영국왕립음악학교에 갈 수 있게끔 그를 가르친 음악 선생님의 얼굴에 비춰진 회한이 오히려 감동을 주었다. 그들은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왕립학교에 있을 때, 천재 피아니스트로서 모두가 주목받고 있을 그 때에 그 일-정신질환-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그러면 너는 이미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을 텐데... 수십년간 폐인처럼 지내다가 이제서야 너만의 조촐한 음악회를 열게 되는구나... 살면서 왜 이런일이 너에게 일어났냐...하필 너에게... 건강했다면 이미 수많은 연주회를 갖고 화려하게 주목을 받고 있을텐데, 이제서야 이렇게 초라하게 연주회를 갖게 되는구나..." 자신의 인생에 대해 안타깝게 여기는 사람들에게 마치 대답이라도 한다는 듯, 영화에서 연주회가 끝나고 나서 아버지의 묘비를 찾아가 데이빗은 아내와 이런 대화를 주고 받는다. 


"매사에 자신을 탓하면 안돼...... 세월은 흘러가고...하지만 영원하지 않아. 절대 영원하지 않아, 절대로."

"중요한 건 인생은 멈춰있는 것이 아니란 거야. 그래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도 살아야 해. 그래서 포기하면 안돼, 절대로"

"모든 건 다 때가 있어요. 항상 이유가 있고. 우리는 순간에 맞는 이유를 찾아야 해"   


살아가다보니 많은 일이 내 바램대로 되지 않는다. 어렸을 때는, 노력한다면 모든 일을 내 바램대로 이끌어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고 그러다 언젠가부터는 '모든 일이 내 바램대로 되는 건 아니구나'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또 언젠가부터는 '내 바램대로 되어간다고 느껴지는 것들도 실상은 내 바램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의 바램-그 중 일부는 아마도 조물주의 바램-대로 되어 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인식하게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는 일은 별로 없는 셈이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인식이 싫지만은 않았다. 처음에 내가 생각치 못했던 것 혹은 의도치 않았던 것을 얻게 되는 일이 한번 두번씩 일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일이 잘 풀리면 내게 일어난 일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언제 올지 모르는 불행에 대해서는 긴장하면서도 한편 두려움을 갖게 된다. 그럴 때 할 수 있는 말을, 영화속의 데이빗이 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우리도 살아야 해. 모든 건 다 때가 있고, 항상 이유도 있어. 우리는 순간에 맞는 이유를 찾아야 해". 불행한 순간에 누가 자신있게 이유를 말할 수 있을까. 그래서 데이빗은, '순간에 맞는 이유가 있으니 받아들여야 해'라고 하지 않고, '순간에 맞는 이유를 찾아야 해'라고 했나보다. 


타고난 재능과 계속된 성공은 사람들에게 감동보다는 부러움을 느끼게 될 때가 많지만, 처절한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면서 이룬 성취는 무한한 감동을 준다. 이 영화가 큰 감동을 주는 것은 영화속 이야기가 실화이기 때문일 것이다. 호주의 천재피아니스트 데이비드 헬프갓David Helfgott의 이야기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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