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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종교 & 철학

중생 이후의 삶을 어떻게 맞이해야 하는가, 김진, 뜨인돌-두번째 독후감

이 책은 기독교고전이 될 것이다. 10여년쯤 전에 처음 읽고 그 당시 감동을 받아 독후감을 써놓았는데, 지금 읽으니 그당시에 감동받았던 부분외에도 새로이 눈에 번쩍 뜨이는 부분이 적지 않다. 읽을 때마다 새로이 느껴지는 감동. 이것이 고전의 특징 아닌가. 책 후기에 '한 사람에게라도 진실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내가 가지고 있다면 나누려는 마음'으로(p.193) 책을 쓰셨다는데, 이 책은 시대를 뛰어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이 기독교를 받아들일 때 겪는 실수는 반복될 것이기 때문이다. 


1.  내가 이 책을 20대에 알았더라면, 그리고 지금 20대가 되는 그리스도인 청년들에게


10여년전 스물 다섯쯤으로 기억하는데 그 당시 읽었을 때에는 '참 좋은 책이다'라는 정도의 인상을 받았던 것 같다. 10년전 독후감을 읽어보면 그렇다. 그런데 지금 다시 읽어보니, 보수적인 교회에서 외골수적인 신앙교육을 받고 갓 대학에 입학한, 그리고 병원이라는 사회생활을 겪었던 내게는 가장 필요한 책이었다. 이 책을 그당시에 너무 늦게 만나기도 했거니와, 그 때 내가 저지른 더 큰 실수는 이 책을 한 번만 읽고 독후감 쓰고 그대로 지나쳐버린 것이다. 그당시 교과서를 읽는 노력의 1/10정도라도 기울였다면, 나의 20대는 실제보다 연착륙을 했을 것이다. 사람의 미래를 알 수 없다는 전제는 남겨두어야겠지만.


그런데 이책을  지금 다시 읽으니, 그때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심장을 뛰게 한다고 할까. 특히 나처럼 사회생활 기술이 부족해서 대학과 사회생활 초입에 많은 내적 갈등을 겪는 그리스도인이 있다면, 쫓아다니면서라도 이 책을 권해주고 싶어진다. 어찌보면 책 초반부에서 지적한 '지향적 목표에 빨리 노출되는 그리스도인이 겪는 부작용'을 나는 온몸으로 겪었다. 그래도 이렇게 저렇게 시간은 흐르고 여러 크고 작은 도움으로 지나는 왔지만, 아직 고민중인 그리스도인 청년들에게는 이제 겪어야 될 문제이기 때문이다. 욕심을 조금 보태어 정신분석에 대해, 성경에 대해 조금 더 공부를 한 후 중생이후의 삶, 특히 대한민국 사회를 접하면서 고민하는 그리스도인 청년들에게 강의를 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 생각을 하고 있으니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2. 정직한 사고


'저는 신앙생활을 할수록 기독교 신앙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들 중에, 정직과 정직한 사고가 꼭 들어가야 한다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p.78)'


'정직한 질문이나 궁금증이 있으면 어떤 주제라도 라브리에서 꺼낼 수 있습니다. 기독교와 관계가 없는 질문이란 없습니다. 기독교가 진리라면 종교적인 영역뿐만 아니라 우주와 역사 그리고 인간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대답을 줄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출처: 한국라브리선교회 홈페이지 http://www.labri.kr)


내가 라브리선교회와 인연을 맺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직이 최선의 방책이라는 금언이 잘 알려져 있음에도 나는 나에게 정직하지 않고 '지향적 목표'를 따라하는 것이 좋은 신앙에 이르는 길이라고 권면을 많이 받았다. 결국 나는 의문이 드는 점에 대해서는 의문이 어느정도 풀릴때까지 따라하지 않았다. 믿지 못한다는 것은 단점이지만, 정직한 것은 그에 비견되는 장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를 가리켜 교만하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꽤 있다. 그 점에 대해 부인할 수는 없다. 맞는 말일 뿐더러, 부인하는 순간 더욱 교만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게 말하는 이는, 신앙이 성숙하는 길을 한가지 길로 단정하는 오류를 범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은 든다. 기독교신앙은 한 가지이지만, 기독교신앙을 갖게 되는 길이 한가지는 아니지 않는가.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다시 적는다. 예수님이 유일한 길이지만, 예수님을 만나게 되는 길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3. 지향성


'믿음으로만 안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 말에 혹 놀라시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러므로 너희가 더욱 힘써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우애를, 형제 우애에 사랑을 공급하라(베드로후서 1장, p.158)'


믿음으로 구원받는다는 말씀 하나로 구원(중생)이후의 삶을 한방(!)에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벗어던진다. 성화에 대해 배우긴 하였으나 인간의 죄성 때문인지 믿기만 하면 갑자기 훌륭한 인격을 갖게 될 것처럼 오해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 부분을 정확히 풀어 설명해주고 있다. 예전에 읽었을 때는 이 부분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4. 구원은 존재의 바른 자리 매김을 하는 것 (p.160)


인간은 스스로 존재하는 자존자가 아니라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그것을 잊고서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그리고 구약성경에서 야훼하나님이 '스스로 있는 자'라고 하신 말씀의 의미를, 새로 생각하게 되었다. 스스로 있는자와 그렇지 못한자. 스스로 있는자와, 존재의 시작과 끝을 스스로 정할 수 없이 주어진 생명으로 살아야 되는 존재. 그것이 야훼하나님과 인간의 차이점이다. 차이점이라고 분명히 한 이유는, 나도 종종 내가 스스로 있는 것처럼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차이를 잊고 내가 절대자인 것처럼 산다.


'자기가 원하지 않는 죽음이 찾아오고, 자기의 죽음 뒤에도 엄연히 존재하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여야 할 것입니다. 앞서 이 땅을 살다간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지만, 우리는 또 오늘 이렇게 살아가고 있듯이 말입니다. 그렇게 인간은 자기의 뜻과는 전혀 관계없이 태어나고 죽어가지요. (그러나, 내가 아닌 타자의 뜻에 의해 생명을 받았듯이 죽음 이후에도 그 타자에 의해 생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걸 예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p.161'


이것은 복음에 대한 하나의 해석이다. 다른 복음이라는 뜻이 아니라, 복음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 하나의 설명이다. 4영리도 복음이며, 요한복음 3:16장도 복음이어서 그 말씀으로 기독교신앙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지만, 내게는 김진선생님의 이런 해석을 통해 복음의 진수가 마음 깊이 다가온다. 그러고보니 파스칼이 팡새에서 말한 것과 닮았다. 철학자의 오만과 무신론자의 절망.


5. 삭개오, 다윗의 죄


예수님이 삭개오와 같이 그당시 죄인이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대해주셨다는 설명을 하면서(p.64-65), 악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이라도 쉽게 단정짓지는 말라는 부분에서는 새삼 '삭개오'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요즘으로 치면 비리공무원 아닌가. 뉴스에서 공무원이 비리를 저질렀다는 소식을 접할 때 나는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 한 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그러고 보니 다윗에 대해서는 이렇게 언급한다.


'만약 우리들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신앙의 인물이 다윗과 같은 교살죄와 간음죄를 지었다고 생각해 보지요. 그런 다음에 그 분이 죄를 회개하고 용서를 구할 때, 우리들은 어떠할 것 같습니까? 그런 분을 계속 대통령이나 담임목사로 받을 수 있을까요? 아마 그렇지 못할 것입니다. 당장 그 자리에서 쫓아낼 것입니다. (p.101)


'일반적으로 우리들은 사람을 전체적이고 균형있게 보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자신과 타인 모두에 대해 해당됩니다. 한번 좋게 보면 모든 것이 좋게만 보이게 될 가능성이 높은 것입니다. 특히 어떤 사람을 신앙적으로 굉장한 사람으로 생각하면 그 사람은, 좀 심하게 얘기하면, 화장실도 가지 않는 사람같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사람들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면 스스로 그런 사람으로 보이게 하려 하고 또 자신을 그렇게 여기게 되는 유혹을 받게 됩니다(p.103)'


사람은 완벽하지 않은데, 자꾸 완벽하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가 불완전하기 때문일까. 저자는 그 점을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 죄를 모두 용서하자는 것이 포인트가 아니다.


6. 책을 덮으며


10여년전에 읽은 책을 다시 만났다. 앞으로 내게 허락된 삶이 얼만큼인지 모르지만, 남은 삶 동안에 이 책을 몇 번이나 더 읽게 될까. 그리고 이 책이 내 인생에 어떤 역할을 해서 남은 삶이 어떻게 전개되도록 도와줄까. 먼 미래야 알 수 없지만 가까운 미래는 짐작이 된다. 얼마지나지 않아 김진 선생님이 쓰신 나머지 책을 주문하고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