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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내 생각

반지 이야기

전에 들은 이야기 중에 성경을 반지에 비유하는 이야기가 있다. 즉, 성경을 다이아몬드 반지에 비유하여 성경중에 다이아몬드에 해당하는 부분이 로마서이고, 그중에서도 가장 빛나는 부분이 로마서 8장이라는 이야기이다. 동의하지만 마음깊이 감동되지는 않았다. 틀린 비유라고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내게 있어서 성경에서 가장 감동적인 이야기는 다른 책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하나님이 성경을 만드실 때, 성경을 일목요연하게 요점만 정리된 소책자 내지는 가이드라인 같은 것으로 만들지 않고, 각양각색의 다양한 66권의 책으로 만드신 이유는, 아마도 사람마다 개개인의 특성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하나님이 사람마다 특별한 가치를 가지고 있는 소중한 존재로 생각하시기 때문일 것이다.

 

성경을 반지에 비유하여, 로마서 8장이 반지에서 가장 값어치가 나가는 다이아몬드, 그중에서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부분이라고 처음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이 로마서 8장을 읽다가 느꼈을 감동은 그대로 나에게도 전해져온다. 다만, 나의 경우 로마서 8장이 아니라 성경의 다른 부분이었다.

 

나는 구약, 신약 두개의 반지를 생각해본다. 먼저 내 마음에 다가온 것은 신약이었다. 내 마음속에 있는 '신약'반지의 다이아몬드는 히브리서이다. 그리고 그 중에 찬란하게 빛나는 부분은 히브리서 9장이다. 그리고 '구약'반지의 다이아몬드는 레위기를 포함한 모세오경이라고 하고 싶다. 그 중에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부분은 모세가 죽기전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하나님에게 순종을 설교한, 신명기 6장이라고 하고 싶다. 구약시대의 복잡했던 제사가 단순히 종교적인 절차가 아니라 하나님이 사람의 죄를 해결하는 방법으로서 치밀하게 설정된 절차라는 것에 대한 깨달음과 더불어, 사람이 살면서 누군가에게 어떤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어떤 면으로는 최대한의) 형식이 필요하다는 인생경험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든다.

 

내가 깊은 감동을 느꼈던 신약의 히브리서...특히 9장과, 구약의 레위기와 모세오경... 특히 신명기 6장의 공통점은, 사람과 하나님과의 화해이다. 복잡한 제사법이 있어야 하는 것, 예수님이 죽음으로 복잡한 제사법을 대신해야 했던 것 모두, 하나님과 사람이 친밀하게 지내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들을 없애기 위한 과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나는 깊은 감동을 느꼈다. 아마도 로마서 8장을 가장 빛나는 부분이라고 처음 말한 사람도 감동을 느낀 책만 달랐을 뿐, 같은 감동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신명기 6장은 어떻게 보면 '~~해라'는 명령으로만 읽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사실 인생에서도 큰 위험이나 손해를 피하기 위해 혹은 더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어느 순간 잔소리 같은 권면을 들어야 하는 때도 있다. 이를테면 중고등학생 때 부모들이 자녀에게 '공부하라'고 하는 소리가 어릴 때는 잔소리로만 들리지만, 본인이 부모가 될 무렵에는 '아... 그 때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하신 것이 사실은 나를 사랑하신다는 표현이었구나...'하고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다. 나는, 신명기 6장이나 십계명 같은 권면이 그렇다고 생각한다. 아직 내게는 '잔소리'로 들릴 때가 많긴 하지만, 그 '잔소리'속에 하나님의 사랑이 담겨있다는 것을 이제는 어렴풋이, 아주 어렴풋이나마 알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