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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내 생각

신앙과 삶의 불일치에 대한 고민-민수기 14장을 읽다가

신앙과 삶의 불일치에 대한 고민-민수기 14장을 읽다가

여호수아와 베드로.
 
민수기 14장에 나오는 여호수아와 갈렙, 그리고 신약에 나오는 베드로. 이 둘에게서 믿음과 삶의 불일치의 문제를 생각해본다. 여호수아과 갈렙은, 약속된 땅을 보고 객관적으로는 힘세고 강한 사람들이 있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 약속해주신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그대로 전진해간다. 반면 베드로는 예수님이 잡히시기 전날 '어떤 일이 있어도 주를 배반하지 않겠다'고 하였으나, 실제로는 주를 부인하게 된다. 물론 후에 부활하신 예수를 만나고는 베드로의 이런 모습은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 또 어떤 면으로는 베드로가 실패했기 때문에 평생 복음을 전하며 살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다(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고민이 되는 것은, 얼마만큼이 하나님이 보여주신 약속을 믿는 것이고, 또 얼마만큼이 내가 믿음의 허세를 부리는 것인가...이다. 개인적으로는 표면적으로는 실패라고 생각되는 전공의기간, 공보의기간을 지내며 더 조심스러워졌다. 전공의, 공보의를 시작하기 직전까지, 나는 믿음의 본이 되는 의사로 살 것 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오히려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경험을 하였다. 물론 이 모든 시간이 전적으로 의미가 없는 실패의 시간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은 실패를 통해서 배우니까. 그런 의미에서 표면적으로 실패라고 생각한다. 다만, 이것이 표면적인 실패의 과정이 되려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면 표면적인 실패가 아니라 전적인 실패일테니.
 
삶에서 믿음을 고려해야하는 경우는 세 가지 상황이 있는 것 같다.
 
첫째, 여호수아과 갈렙처럼, 하나님이 보여주신 약속이 있고, 그 약속이 나를 위한 약속이라고 생각하고 추진하는 경우. 그래서 믿음대로 되는 경우.
둘째, 베드로처럼, 하나님의 약속이 없는데(혹은 모르는데), 나를 위한 약속이 있다고 생각하고 추진하는 경우. 그래서 처절히 실패하게 되는 경우. 나는 이런 경우를 '허세'라는 단어로 표현한다.
셋째, 나머지 10명의 염탐꾼처럼, 애초부터 하나님의 약속이 있나 없나는 크게 중요하지 않고, 바라보이는 현실을 중요하게 여겨 판단하는 경우. 허세를 부리지 않았기에 덜 처절한 경우. 그러나 하나님과의 교제, 믿음이 없기에 비참한 경우.
 
내 실패의 시간, 즉 전공의와 공보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두번째 경우인 것 같다. 나는 좋은 '그리스도인 의사'가 될 것이라 생각했지만-도대체 무슨 근거로???- 결과적으로 신앙이 없는 사람과 전혀 다를 게 없었고, 어떤 면은 더 나쁜 면도 없지 않았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설정한 '좋은 그리스도인 의사'라는 목적? 약속?이, 내가 예수를 사랑해서 설정한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사랑해서 설정한 것이었던 것 같다. 즉 내가 잘나고 싶은 동기였던 것이다. 그것이 실패의 원인이라고는 단정하지는 못하지만, 아무튼 그런 부분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는 흥하여야 하고 나는 쇠하여야 하리라'고 했던 세례요한이 만약에 '그는 흥하여야 하고 나도 조금은 흥하여야 하리라'고 했더라면, 그의 시대적 역할을 잘 소화해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지금 한국에서 문제가 불거진 대형교회 목회자들처럼 돈 혹은 권력 혹은 섹스에 취해 본연의 일을 잊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교회다니고 주일예배참석하는 평범한? 교인으로 살려면 그정도로 충분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시대의 소명을 가지고 있고 그 소명을 따라 살려는 사람이라면, 삶의 동기가 매우 깨끗해야 할 것이다... 그런 경우에 아마 여호수아과 갈렙처럼, 혹은 모세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
 
내가 괴로운 것은, 여호수아과 갈렙처럼 깨끗한 마음으로 주를 따를 생각은 없으면서, 그로 인해 생기는 축복은 받고 싶은 욕심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믿음의 수준은 현실만 중시하는 나머지 10명의 염탐꾼과 별반 다르지 않으며, 어쩌다가 믿음을 지킨다는 경우에도 실패했던 베드로처럼, 인정받고 싶은 내 욕심을 위해 허세만 부리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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