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개봉되었던 1998년에 나는 스무살이었다. 그 때 이 영화를 본 후에는 자신의 삶이 24시간 365일 생중계 된다는 스토리와, 영화 마지막 부분에 트루먼(짐캐리)이 탈출하기위해 폭풍우와 싸우며 바다를 항해하다가 바다 끝에서 거대한 스튜디오구조물을 마주하게 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그것이 어떤 의미였는지 스무살의 나는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후 20년 가까지 지나 이제 마흔이 가까워지는 시점에 그 영화를 다시 보게 되니, 스무살에 어렴풋이 이해했던 영화의 메시지는 한층 더 선명해졌다.
True Man으로 만든 듯한 이름인 TRUMAN은 이름 그 자체에서 '진실된 사람', '거짓이 없는 사람', '의심이 없는 사람' 등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가 스튜디오 안에서 경험하는 삶은 100% 생중계된다. 주위 사람들과 환경, 자연까지도 그를 위해 움직이다보니 그에 관해 숨겨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세상(스튜디오)에서 살고 있다. 단 한가지 사실, 트루먼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그의 삶을 샅샅이 들여다보고 있다는 사실만 트루먼에게 감추어진채. 그러던 어느 순간부터 무언가 미심쩍고 자연스럽지 않은 사건들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트루먼은 자신이 사는 세계에 의심을 갖기 시작한다.
트루먼의 주위에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는데, 그들중 어떤 사람은 진실로 트루먼을 생각해주는 듯한 인물들도 있다. 7살때부터 친구가 되었다는 멜론(Noah Emmerich)은, 감독이 트루먼을 만나거나 트루먼의 삶에 개입해야 하는 장면이 생기면 감독을 대신해 맥주를 들고 트루먼의 집으로 찾아간다. 그러면서 자신이 얼마나 트루먼을 아끼고 생각하는지 여러차례 강조하지만, 사실 그는 감독에게 고용되어 스튜디오에 일하는 주요 배우일 뿐이다. 트루먼 개인의 인생보다는 트루면쇼가 지속되어 자신이 배우일을 하는게 더 중요한 사람이다. 트루먼을 진심으로 생각해주는 듯 하지만, 사실 그에게는 그가 하는 직업이 더 중요한 셈이었다. 영화속의 멜론이 그 사실을 인지했을 수도 있지만, 그 조차도 인지하지 못하고 스스로를 트루먼의 가장 좋은 친구라고 자신을 속였을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 자신은 이미 스튜디오의 부속품이 되어 개인의 인생과 자유는 철저하게 박탈당한 채, 자신의 지적 세계에서는 '감독의 말에 순종하는 것이 트루먼과 자신을 위한 일이다'라고 자신을 속였을 것이다. 그렇다고 딱히 그를 비판할 수도 없다. 나도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내가 하는 일이 무슨 일인지 사실 잘 모를 때가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악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어떤 것인지 알고 있다고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스캇 펙 박사의 말처럼 말이다.
학교에서 잠시 스치게되는 인연으로 사랑에 빠진 로렌(Natascha McElhone)은 트루먼의 본질적인 문제에 관심을 갖은 최초의 사람이다. 그는 그가 TV프로그램을 통해 전세계에 생중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하다가, 프로그램에서 빠지게 된다.
감독...하나님... 기독교의 메시지....
의심없는 세계보다는
항해처럼 출렁이는 울렁거림, 답답함, 맑은 하늘... 이 더 좋다. 설령 그 끝에서 EXIT라는, 기대하지 않은 출구를 만나게 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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