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후감/종교 & 철학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 김영봉, IVP

바늘귀를 통과한 부자, 김영봉, IVP

청부론에 대한 답으로 청빈론을 제시하고자 쓴 책.

 

감리신학대 교수이자 목사인 저자는, 기독교가 초대교회의 깨끗한 모습을 되찾기 위해서는 청빈하게 살아야 된다고 주장한다. '빈곤'은 벗어나야 하지만, 생활필수품 이상의 것은 가능한한 절제하며 '단순한 삶'을 살야야 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저자는 방글라데시에 갔다가 가난하게 사는 이들을 보고 그들 4인 가족의 한달 생활비가 약 3만원정도 된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은 넥타이를 안매기로 했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집에 넥타이가 30개정도 있는데, 개당 5-10만원씩 하는 것들이니, 한국에서 넥타이 하나 값으로 방글라데시에서 4인가족이 한달을 넉넉히 살 수 있다는 생각에,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넥타이를 매지 않겠다고 한다. 넥타이를 매는지 안매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만큼 다른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고 진리를 추구하려는 마음이 귀한 것이다.

 

기독교가 공식적으로 청부론과 고지대론을 추구하면 더이상 진리가 아닌 하나의 종교(기복신앙)으로 전락하게 된다. 기독교가 사회적인 힘인 돈과 권력을 갖게 되면서 부패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몸과 마음의 상처를 준 일은 역사적으로 비일비재하다. 가까이에는 인터넷에서 검색해봐도 그런 예는 수없이 많이 나온다.

 

이런 시기에 성경적인 삶으로 돌아가자고 하는, 매우 적절한 책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높이 평가하는 진짜 이유는, 저자는 청빈론의 구체적인 대상을 '돈과 가난'에 국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개인의 실력까지 청빈론을 포함시킨다. 예를 들어, 수험생이 열심히 공부해서 서울대학교에 들어간다거나, 의사,변호사가 된다거나, 혹은 뛰어난 음악실력을 갖춰서 세상에서 명망을 얻게 되는 것과 같이 개인의 노력이 바탕이 된 실력까지도, 그 실력때문에 남들보다 편히 살야야 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공산주의처럼 개인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나, 많은 돈을 벌었다고 죄를 짓는 일에 마음껏 쓰는 것이 옳지 않은 것처럼, 개인의 실력과 사회적 지위 또한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또 그러한 실력과 지위를 가지고 남을 돕는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자신이 우월하다고 느낀다면 그것이 교만이라는 지적도 함께 한다. 사람은 예수님의 피로 구원받은 죄인이라는 점에도 똑같기 때문이다.

 

저자는 교수이면서 목사다. 목사는 어떨지 모르나, 아직까지 교수는 한국에서 꽤 알아주는, 부러움의 직업이다. 그런 점에서 이런 제안을 했다는 점을 나는 굉장히 높이 평가한다. 역사적으로, 또 사람의 본성은, 가진 자의 대부분은 가진 것을 잃지 않으려는 보수주의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에서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책 앞부분에서 '빈곤'과 '단순한(소박한) 삶'의 서로 다른 개념을 '가난'이라는 한가지 단어로 표현했기 때문에, 다소 혼동이 있었다. 그 점을 제외하고는, 여러 삶의 영역에서 그리스도인의 가치관, 세계관을 성경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매우 높은 평가를 내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