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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종교 & 철학

'그 청년 바보의사'를 읽고

'그 청년 바보의사'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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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故 안수현 선생님(1972.1.17-2006.1.5)

 

고려대 의학과 91학번

내과전문의

한국누가회(CMF)

영락교회 청년 3부

28사단 사단의무대 군의관

프리랜서 praise&worship 칼럼니스트

 

이었던 그는 군의관 3년차, 전역을 4개월 남겨두고 유행성출혈열(HFRS)로 33년의 짧은 생을 마감하였다.

 

내가 그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것은 2009년 3월, 기초군사훈련을 받던 논산훈련소에서였다. 연무대교회에서 나누어주었던 CMF선배의사들의 글을 읽던 중 故 안수현 선생님이 쓰신 글이었다. 모범적인 크리스쳔 내과의사이자, CCM에 대해 식견이 깊어 아미 위성방송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칼럼도 썼다는 것을 알았다.

직접 만나본 적이 없는 그에 대해, '세상과 구별되어 거룩하게 살아가려고 하고 CCM을 비롯한 크리스쳔 문화를 이끄는 사람'이었을 거라고는 생각했다. 즉, 기독교와 기독교문화에는 정통하고 훌륭한 사람이지만, 그가 실제로 삶의 현장에서는 어떠했는지 잘 모르니 그에 대한 판단은 유보한 것이다.

 

열정만 있는 사람은 많다. 열정과 실력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열정, 실력, 그리고 사랑이 있는 사람은 드물다. 나는 그에 대해 열정과 실력까지는 인정하지만, 사랑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판단하였다. 만나보지 않은 사람이니까.

 

2. 그 청년 바보의사

 

얼마전에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모여 그에 대한 책을 내었다. '그 청년 바보의사'

책을 읽기 전까지도, 믿음 좋은 청년인데 요절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주위사람들이 모여서 책을 출간했나보다 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어보니 실제로 그렇다. 믿음 좋은 청년인 것도, 요절한 것도, 그래서 안타까운 것도 맞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내가 의대 재학중에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만약에 내가 믿음이 매우 좋아진다면, 그래서 나의 명예와 재물에 대한 욕심, 건강에 대한 욕심, 심지어 이성(異姓)에 대한 욕망까지 그리스도께 헌신하게 된다면 어떻게 살게 될까...'

 

안수현 선생님은, 내가 했던 생각의 모범답안을 삶으로 보여주었던 분이다.

 

3. 유다와 다니엘

 

그는 스스로를 유다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예수님을 판 가룟 유다가 아니라 야곱의 넷째 아들 유다를 말하는 거야. 요셉을 애굽에 팔아버렸던 형이지. 그는 며느리 다말에게서 아이까지 낳는 패륜을 저지르는 사람이야. 그의 인간성은 죄악덩어리지만 단지 예수님의 계보에 속해있다는 이유로 점점 더 주님을 닮아갔거든. 나도 그렇게 되길 바래(p.158).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했더라도, 아마도 그의 주위 사람들은 그를 다니엘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신앙이 좋고 다방면에 뛰어난 실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데 대개 사람들은 인정을 받고 싶어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뛰어나 보이려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다니엘같은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내가 그렇기 때문에 잘 안다.

 

그는 나처럼 주님을 이용해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과 자리를 얻고자 하는 사람에게도 날카로운 비판을 한다. '원래 주님을 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진짜 주님을 알기 어렵고, 주님을 이용해 먹으려고만 한다(p.188)'

 

4. 음악

 

그는 CCM과 클래식음악에 대해 전문가였다.

몇몇 좋아하는 가수(꿈이있는자유)외에는 잘 모르기 때문에 CCM에 대해서는 내가 할 말은 많지 않다. 다만 최근에 눈을 뜨기 시작한 클래식에 대해서는 만약에 그와 이야기를 나누었다면 많이 배울 수 있었을 것 같다. 클래식음악에 대해 깊은 식견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통해, 그가 거룩한 것과 세속적인 것을 구분하지 않았는 그의 세계관을 알 수 있어서 그를 더욱 인정하게 된다.

 

5. 의사로서의 그

 

그는 나와 같이 힘든 pk, 인턴, 레지던트를 모두 겪었고 내가 부딪혔던 고민과 문제들을 똑같이 마주쳤지만, 해결법이 나와 달랐다. 영혼을 사랑하고 환자를 애틋하게 생각하는 마음... 같은 의사인 내가 부끄러워서 길게 쓰지 못하겠다.

 

6. 김동호 목사님

 

중간에 김동호목사님의 짧은 글도 실렸다.

'네가 자랑스럽다. 그리고 너의 고등학교 시절과 재수 시절에 너에게 설교를 하였던 목사가 나였던 게 자랑스럽다(p.85)'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김동호목사님과 안수현선생님의 사제관계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독교인물로 교회사에 기록될 것이다. 마치 서양음악사에 베토벤과 체르니가 기록된 것처럼.

 

7. Epilogue

 

2000여년의 역사를 가진 기독교는, 권력과 부패에 얼룩진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그 중심(복음)이 흔들리지 않은 것은, 안수현 선생님처럼 순전한 마음으로 예수님을 닮으려고 노력했던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물론 그들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계셨다). 요즘의 한국처럼 교회에 대한 비판이 많은 시대에 내가 할 일은, 교회의 변질(?)에 대해서는 마음으로 아파하면서도, 내 삶은 감히(!) 예수님을 한절이라도 닮아가려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