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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영화

[영화] 불멸의 연인 Immortal Beloved

[영화] 불멸의 연인 Immortal Beloved

 

1. 베토벤의 음악

 

이보다 훌륭한 음악으로 구성된 영화가 또 있을까? '아마데우스'에서 모짜르트의 음악은 하나의 소품 같았다면, '불멸의 연인'에서는 영화를 보는 내내 베토벤의 음악이 흐른다. 베토벤을 좋아한다면, 그의 음악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충분한 이유가 된다. Georg Solti, Murray Perahia와 같은 당대의 거장에 의해 연주되는 감미로운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 2악장을 비롯하여 바이올린협주곡, 교향곡 3번, 5번, 6번, 7번, 9번, 피아노 소나타 '비창','월광', 바이올린 소나타 9번 'Kreutzer' 같은 명곡이 영화내내 연주된다. 음악을 듣기 위해서라도 영화를 다시 보게 될 것 같다.

 

2. 음악의 역할은?

 

루드비히 반 베토벤: 음악의 역할은? 음악은 작곡가의 정신상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청중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음악은 최면과 같아.

 

곰곰히 생각해보게 되는 대사다. 음악을 들으면 듣는 이의 감정이 정화된다고 하지만, 사실 그 이유는 작곡가의 감정이 곡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곡에 담겨있는 작곡가의 감정과 듣는 이의 감정 또는 바램과 비슷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그 곡을 즐겨듣게 되는 것이다.

영화속에서 베토벤은 바이올린 소나타 9번'크로이쳐'를 가리켜, 연인과 약속을 하고 만나러 가는 중에, 비오는 날 마차가 진흙에 빠져 움직이지 않을 때의 감정을 담은 곡이라고 이야기한다. '크로이처'를 들을 때,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조급하면서도 느껴지는 적당한 긴장감이 바로 그 순간의 감정을 담은 곡이라고 영화는 이야기 한다. 그러고보니 '크로이처'와 너무 잘 어울리는 장면이다.

 

3. 편지, 그리고 우연

 

베토벤이 남긴 몇 개의 편지를 바탕으로, 이런 시나리오가 쓰였다는 것이 놀랍다. 영화 내내 보여지는 베토벤의 괴팍한 성격이 영화 마지막 10분동안 실타래 풀리듯이 이해된다. 조안나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지만 마차가 진흙에 빠지는 바람에(크로이처가 만들어지게 되는 장면) 편지를 급히 보내지만, 조안나가 그 편지를 읽지 못하게 되면서 베토벤과 조안나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마치 '시네마천국'에서 살바토레가 남긴 메모를 엘레나가 보지 못하게 되면서 두 사람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과 비슷한 시나리오다. '편지'와 '메모'를 읽게 되었더라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두 영화 모두 '편지'와 '메모'를 아쉽게 읽지 못하게 되는 장면이, 내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다. 실제 내 인생도 비슷할 거란 생각을 하면서... 이런 영화를 보면 한동안 지나간 인생에서 아쉬웠던 순간들이 다시 생각난다. 그날 거기에 있었더라면, 그때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과 같은 것들이다.

 

그러나, 스포츠에 이런 말도 있다.

'축구에 만약이란 없습니다. 축구에 만약이 있으면 누구나 우승하죠.'

 

4. 9번 교향곡

 

조안나: '환희의 송가'때문에 그를 용서했어요. 도저히 그런 음악을 작곡할 수 있는 사람을 증오할 수 없더군요.

 

9번 교향곡 5악장, 환희의 송가를 초연할 때 무대 위에 올라가, 어린시절 밤하늘의 별을 회상하면서 감흥에 빠져들 때 청중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는 장면이, 이 영화의 압권이다.

영화에서도 베토벤의 삶은 불행하게 그려진다. 주위의 사람들이 다 떠나가고, 동네 꼬마들한테도 놀림을 받고. 그러나 그의 불행한 삶 때문에 그의 음악의 가치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찬란히 빛나게 한다. '그런 음악을 작곡할 수 있는 사람'은 베토벤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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