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관심사/내 생각

충분하지 못한 진실

충분하지 못한 진실...  나는 이 말이 참 좋다. 인간과 상징에서 처음 본 듯한 표현인데, 아마도 그 전에 수없이 내 눈을 스쳐 지나갔겠지만 비로소 내가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 요즘인 듯 하다.

 

내가 그동안 충분히 알지 못했던 진실들의 예를 들자면, 나보다 얼마든지 실력있는 의사가 있다는 것을 나만 몰랐었고, 실력있는 의사도 때로는 치료하지 못하는 병이 있다는 것도 몰랐었다. 때로는 (이유는 모르지만) 필요하기 때문에 살면서 병이, 고통이 있다는 것도 몰랐고, 현대의학은 마치 모든 것을 치료할 수 있다는 듯이 완벽한 척 하지만 그 속에 헛점도 아픔도 많다는 것도 몰랐다. 내 부모님은 내가 아는 것보다 나를 훨씬 더 사랑하셨다는 것도 몰랐었으며, 모든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을 없애기 위해 매일매일 힘들게 일하고 끊임없이 긴장을 하고 있지만 정작 행복은 오늘에 있다는 것도 몰랐다.

 

요즘들어 조금 알기 시작한 것들로는, 모든 사람이 아무 고통이 없는 것처럼 보이려고 애쓰고, 스펙을 쌓기위해, 화려해보이기위해 애쓰지만 실상은 그들도 나와 같은 사람이어서 각각 누군가의 친구이고 가족이고 연인이라는 것도 알고, 살면서 만나는 크고 작은 고통으로 똑같이 힘들어하고 고통에서 벗어날 때는 똑같이 기뻐한다는 것을 알 것 같다. 그리고 가끔 아주 가끔은 고통이 있기에 기뻐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진실이라는 말보다는 "충분하지 못한 진실"이라는 말이 더 "진실되다"는 것도 알고 있으며, "충분히 알고 있다"라는 말 속에 담긴 내 허영과 교만이 얼마나 컸는지도 조금은 알 것 같다(이또한 아직은 충분히 모르는 상태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