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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교육 & 육아

[책] 요아힘 바우어, 학교를 칭찬하라

'몸의 기억'을 통해 유전자와 환경, 즉 Nature & Nurture가 논쟁이 아니라 통합적인 것이라는 사실을 설파한, 독일의 내과의사 겸 정신과의사 요아힘 바우어. 신경생물학을 근거로 교육방법에 대해 다룬 그의 책 한 권을 접하고, 주체할 수 없는 감동에 독후감을 남긴다. 내가 요아힘 바우어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물론 내게 공감이 되는 책 내용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의 책 내용들이 과학적 근거(reference)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개인적인 철학이나 주장, 추측이 아니라, 이미 과학의 세계에서 어느 정도 검증이 된 이야기들을 근거로 하고 있다. 그리고 그 근거들은 적지 않은 경우에 국제적으로 유명한 학술지(Science 혹은 Nature)를 근거로 하고 있다. 180여쪽의 얇은 책이지만, 과학적 사실을 근거로 쓴 책인 만큼 꼼꼼히 읽게 되는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단 1장을 읽고 독후감을 남겨본다.

 

 

1장. 학생을 이해한다는 것-학교의 신경생물학

 

* 현재 독일의 학교에서 일어나는 문제점

 

학교교육의 문제점은 저자가 지적한 독일에서의 상황과, 한국에서의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을 듯 하다. 현 상태 파악이 정확하다고는

여겨지지만, 이 책의 가치는 교육문제의 현상 파악에만 있지 않다. 더 근본적인 원인을 신경생물학의 사실을 근거로 파악했다는 데에

이 책의 가치가 있다.

 

" 요약하자면, 학년을 불문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작 삶에 필요한 것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다. 이를테면

자신감과 동기, 전문가적인 기초지식은 물론 사회적 능력과 감성적 능력도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p.17)"

 

"한 명의 아이는 사람들이 한 장 한 장씩 지식을 철해 넣는 서류철이 아니라, 그들의 체험과 태도가 신경생물학적인 기본

원칙에 따르는 살아있는 생물이라는 것이다...... 학교의 외부에서, 특히 학교정책을 담당하는 자들이 가능한 한 망각하고자

하는 게 있다. 그것은 교육과정에서 아이들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기획하고, 받아쓰고, 받아쓴 내용과 규정들을 서류철에 끼워

넣는 일과는 다르다는 점이다. 학교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모든 행동은 상호간에, 대화를 통한 관계속에서 일어난다(p.20)"

 

* 동기와 목표지향의 신경생물학적 기초

 

사람이 어떤 일을 하려고 하는 순간, '하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하는 것. 어려운 말로 동기부여체계가 무엇인지 전부터 궁금했다. 그런데 뇌과학은 그것이 다른 사람의 관심, 사회적 인정, 개인적 평가라고 말한다. 그 근거로 뇌에서 관찰되는 신경전달물질(neurotransmitter)인 도파민, 오피오이드, 옥시토신을 제시한다. 즉, 현대 의학을 지지해주는 가장 강력한 힘인 근거중심의학(Evidence based medicine)으로 분석 연구한 결과, 사람의 동기부여체계에 가장 중요한 것이 '누군가와의 의미있는 인간관계(관심, 사회적 인정, 개인적 평가)'라는 뜻이다.

 

현실적인 예를 들어보자. 거의 모든 학부모는 자녀가 공부 잘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녀가 자발적으로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래서 답답한 부모들은 자녀에게 "공부해"라고 (잔)소리를 한다. 그러나 자녀는 '공부하라'는 부모의 말을 귓등으로 듣는다. 부모가 강압적으로 나오면 그제서야 못이겨 방에 들어가 책을 피지만, 집중이 되지 않는다...... 그 결과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 그래서 부모로부터 '성적이 이게 뭐니...', '공부 좀 열심히 해라'는 잔소리를 또 듣게 된다. 성적이 높은 아이에게는 더 높은 성적을 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성적이 낮은 아이에게는 성적이 낮기 때문에, 부모 입장에서는 잔소리 할 근거는 충분하다.

 

그러나, 실제로 잔소리가 얼마만큼 효과가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냉정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 역시 중학생때까지는 '공부하라'는 아버지의 (잔)소리를 귓등으로 들었다. -.-;; 그러다가 고2가 될 무렵 개인적으로 '동기부여체계'가 활성화되는 사건이 있은 이후, 공부에 대한 동기부여체계가 활성화되었다. 그 사건을 밝힐 수는 없지만, 적어도 부모님의 '잔소리'는 아니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당시 내 나이가 18살이었다는 것과, 또 하나는, '공부를 열심히 하면 이러이러한 유리한 점이 있다'고 누군가에게 들은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감정적으로 '공부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아과학과 뇌과학을 한참 공부하고 있는 이제 와서 보니, 지극히 개인적인 내 경험이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었다. 요아힘 바우어가 과학적 근거에 대해 책에서 잘 정리해놓았다.

 

"과학자들은 신경생물학적인 동기체계가 생산하는 세 가지 전달물질을 우선 추적함으로써 이 체계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 세가지 물질은 함께, 소위 말하는 생물학적 '칵테일'을 만드는데, 이것은 뇌에 의해서 신체에 공급된다.... 동기전달물질 1번은 도파민인데, 이것은 일종의 도핑마약으로 우리의 기분을 좋게 해주며, 성과를 올리려고 노력하게 만든다. 전달물질 2번은 신체 자생의 오피오이드인데, 이것은 우리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좋은 상태라고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전달물질 3번은 옥시토신으로, 우리는 이 흥미로운 물질로 인해 특정한 사람들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들을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 세 가지 물질의 '혼합물'을 뇌로부터 충분히 공급받는 사람들은 즐겁게 살아가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뭔가 할 준비가 되어 있고, 자신들의 행동이 가져온 성공을 향유하기를 원한다.(p.26)"

 

"우리의 동기체계가 활발하게 작동하기 위해 결정적으로 중요한 조건들이 있는데, 그것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게 되는 관심, 사회적인 인정 그리고 개인적인 평가라는 것이다...... 사회적 고립 혹은 소외는 동기체계 영역에 있는 유전자들을 비활성화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있다. 이와 반대로 단순히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만 엿보여도 이 체계는 엄청나게 활성화한다(p.27)"

 

"사고와 행동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가까운 인물이 아이에게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질 때, 아이는 비로소 삶에 의미를 두게 되고 목표를

위해 노력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p.27)"

 

"아이들이 성장 과정에서 의미에 대한 갈증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뭔가 치명적인 일이 일어나게 된다. 아이는 정신적인 질환(예를 들어 공포심이나 우울한 증상)을 갖게 되거나, 우리가 많은 젊은이들에게서 목격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즉 육체는 살아가면서 반드시 필요한 전달물질을 얻기 위해 뇌의 동기체계를 훼손할 수 있는 대리자극물질을 찾게 된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대리자극은 한 사람의 인생을 파괴할 수도 있다...... 그런 대리자극이 제공하는 유일한 동기란 계속해서 동일한 종류의 대리자극을 찾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음번에 섭취할 복용량에만 점점 관심을 갖게 하는 대리자극물질은 중독물질이다. 따라서 모든 중독은 신경생물학적인 동기체계에 봉사하지만, 이와 동시에 동기를 파괴한다...(p.28-29) 

 

* 아동과 청소년들은 어른들에게 자신들을 비춰봄으로써 자신들의 잠재력을 인지한다

 

"부모와 선생님이 자신들을 어떻게 인지하는지에 따라 아동과 청소년들은 자신들이 누구인지를 인식하며, 무엇보다 자신들이 누구여야 하는지, 다시 말해 자신들의 잠재력과 개발 가능성이 어디에 있는지를 인식하게 된다.(p.34)"

 

"학교는 청소년들에게서 관찰할 수 있는 공격적이거나 폭력적인 잠재성의 근원이 아니며 원인도 아니다. 하지만 학교는 그런 잠재력들이 펼쳐지는 영역이다. 그래서 학교는 더욱더 청소년들에게 소외되고 배척당한다는 감정을 강화시켜줘서는 안 된다...... "

 

"교육에서는 규율이 핵심으로 다뤄져서는 안 된다. 모든 아이들은 다르며, 때문에 교육 담당자와 아이들 사이의 개인적인 관계가 중요하다 학교의 내부와 외부 모두에서 아동과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좀더 많은 개인적 관심과 후원이다" (p.39)

 

요아힘 바우어의 책에는 이 정도의 내용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생각의 폭을 넓혀 그리스도인인 내 관점으로 보면, 부모-자녀와의 관계와 비슷한 것이 하나님-사람과의 관계이다. 사람이 자신의 삶에 있는 깊은 의미를 알게 되는 것은, 하나님과의 의미있는 관계가 형성될 때인 듯 하다. 역사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각자가 삶과 성경을 통해서 깨닫고 감동한 것을 '삶을 지속시켜주는 힘은 사랑', '소중한 사람과의 의미있는 관계가 행복의 근원' 혹은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등의 다양한 표현으로 이야기했지만, 결국은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나님의 사랑. 그리고 이웃을 사랑... 요아힘 바우어가 말하는, 즉 현대의 신경생물학이 말하는 궁극적 해답은 결국 이것이 아닐까? 그런데 이것은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계명이라고 언급되어 있는 말씀이기도 하다. 결국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에서 과학을 통해 관찰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원리는 바로 성경에서 가장 중요한 계명이라고 한 말씀과 일맥상통한다...

 

자녀양육과 교육, 그리고 뇌과학을 공부하면 할수록, 사람의 신체에 하나님의 놀라운 지혜가 담겨있음을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