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후감/영화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I Know Where I'm Going, 1945

내가 가는 곳은 어디인가 I Know Where I'm Going, 1945


오랜만에 화요일 오후의 여유가 주어졌다. 아이를 키우고 일을 하다보면 어느순간부터는 내게 주어진 시간의 주인공자리에서 나는 빠져있다. 그러다보니 예정에 없던 여유시간이 주어지면, 당장 무얼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게 된다. 나 뿐 아니라 삶의 긴장을 풀지 못하고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러하리라.


언젠가 은사님에게 들은 곳, 강화도에 예술극장이 있다는 이야기가 갑자기 떠오른 것은 우연이었을까 필연이었을까. 강화도에 딸린 작은 섬 동검도에, DRFA예술극장이란 곳이 내가 소개받았던 그 곳임을 어렵지 않게 알게 되고, 오늘 상영할 영화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강화도로 떠났다.


동네마다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들어서고 대중의 입맛에 맞는 영화가 매일 여러편 상영되고 있지만, 영화제목들은 내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에 비해 DRFA예술극장에서 상영예정인 영화의 제목 'I know where I'm going'은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영어제목을 보고 나는, '내가 가는 곳이 어디인지 알고 있다'고 이해했다. 제목을 보고 바로 떠오르는 내 반응은, 내 인생에서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그동안 열심히 추구했던 것들은 이제 더이상 흥미가 없어져서 앞으로 무얼하면 의미가 있을지 정말 모르겠는데, 였다. 영화는 자신의 인생길을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인가.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극장에 도착했다.


영화는 1945년작이다. 오래된 영화이고, 흑백영화이다. 부자신랑을 찾아 결혼하러가는 여자의 여정을 담은 스토리는 단순하다. 현대의 영화기술과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힘이 있다. 아마도 조셉 캠밸이 '신화'를 통해 얻을 수 있다고 하는 그 에너지인 것 같다. 여주인공 Joan Webster는 이상향인 킬로란 섬을 향해 가려고 하나, 폭풍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