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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영화

스타워즈 8 감상기 (스포일러 있음)

스타워즈8 STAR WARS 8: LAST JEDI

 

(스포일러 있으니 아직 안 보신 분들은 주의가 필요합니다)

 

2017년은 나에게 스타워즈의 해였다. 어릴때 어렴풋한 기억속에 남아있는, TV 검은 마스크를  무서운 인물(다스베이더) 이미지만을 간직한  한동안 잊고 살았었는데,  한해동안 스타워즈 전편을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대학생이던 2000 전후에 개봉했던 스타워즈 에피소드 1, 2 그당시 젊은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극장에서   같기도 하고    같기도 하다. 어릴  TV 다스 베이더는 30여년전의 기억이고, 에피소드 1,2 거의 20여년전 기억인데, 모두가 가물가물하다. 어릴때 어떻게 보고 어떻게 느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아마  당시에도 나름의 감상과 해석을 하기는 했을 터인데.

 

그러던 내가 다시 스타워즈를 정주행 하게  것은 상징(symbol) 때문이었다. 수년전부터 분석심리학에 매료된 나는, 대수롭게 넘겼던 ‘이야기들이 사실 수많은 상징과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공상과학영화정도로만 기억하던 스타워즈 시리즈가 다시  눈에 들어온 것도 그때문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스타워즈 이야기 담겨있는 상징을 보고 싶어서 올해 여름부터 스타워즈 4, 5, 6편에 이어 1, 2, 3, 그리고 7편까지 봤고, 지난주(2017.12.14) 개봉한 스타워즈 8편까지 보게 되었다.  나처럼 스타워즈를 처음부터 보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개봉순서 4, 5, 6, 1, 2, 3  순서로 보는 것을 추천한다. 1-3편은 과거의 에피소드이다. 현재(4-6) 어떤 사람과 친해진   사람의 어릴 (1-3) 얘기를 나중에 들으면 숨겨진 과거를 알게 되면서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이유이다.

 

<기대를 120% 충족시켜준 스타워즈 8>

 

1977년에 처음 개봉된 스타워즈. 40여년전부터 현대인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스타워즈앞서 7편에 걸쳐 반란군과 제국군으로 표현되는 (light side) (dark side) 긴장과 싸움이 반복된다. 각각의 진영은 최고의 권위와 능력을 가진 최고 지도자를 가지고 있는데, 반란군은  존재를 제다이(Jedi)라고 부르며 시대에 따라 요다, 콰이곤 , 오비완 케노비, 루크 스카이워커 등의 인물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제국군 역시 시대에 따라 다스 베이더(Darth ader), 시스(Sith), 퍼스트 오더(First Order)등의 이름으로  역할을 한다.

 

각각의 에피소드에서 반란군의 영웅은 우여곡절 끝에 제국군의 리더을 죽이고 승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영화 제작진이 출시한 후속편을 보면 어느덧 제국군은 또다시  우주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영화는 아무래도 반란군의 시각을 중심으로 그려내기 때문에 제국군이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자세히 기술하고 있지 지만, 보이지 않는 어디선가 악의 세력은 꾸준히 일을 하고 있고 꾸준히 존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스타워즈는,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사람은 대개 자기가 속한 편을 선한 편이라고 생각하고, 자신이 속한 편에서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을 영웅으로 생각한다. 비교적 소수의 사람은 자신 안에 영웅스러운 면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세력에서 혜성처럼 누군가가 영웅처럼 나타나서 악의 문제를 해결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반란군에서는 제다이가  역할을   것이다. 그리고 악은 내가 모르는 동안 어디선가 존재하며 어느 순간 내 앞에 나타난다.

 

사람들의 기대에 힘입어 제다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을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 그래서 결국 악의 세력의 리더를 죽인다. 사람들은 환호한다. 하지만 다음 에피소드가 개봉되면, 그동안(알려지지 않은 영화 제작기간 동안)  어디선가 악의 화신이 나타나 악의 세력(제국군) 이끌고 있다. 그러면 반란군은  다른 제다이를 기대하고, 그가 영웅이 되어 악의 세력을 제거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지금까지의 스타워즈 시리즈는 이러한 역사의 반복이다. 스타워즈뿐만이랴. 사실 인류의 역사를 스타워즈가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영웅 제다이의 허무한 죽음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다른 영웅이 나타나 현실의 악의 문제를 해결해줄 희망을 가지면서, 스타워즈를 즐겁게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악의 세력과,  세력을 이끄는 리더는 어디에서 나타난 것일까.

 

<스타워즈 시리즈의 주된 모티브. 두 대극(선과 악)의 대결이자 카일로 렌과 레이의 대결>

 

사실 악의 리더는 제다이 출신이다. 스타워즈 시리즈에서는 반란군은 ()하면서 밝음(light) 세력으로 설정을 하였고 제국군은 그의 반대(대극) 해당하는 ()하고 어둠(dark) 세력으로 그려왔다. 그런데 스타워즈가 보통의 영웅을 소재로  보통의 영화와 다른 것은 - 바로 이것이 스타워즈 시리즈가 갖고 있는 최고의 매력이기도 한데- 선한 세력(반란군) 이끌거라 기대를 받으며 제다이 사원에서 성장했던 인물(다스 시디어스, 두쿠, 아나킨 스카이워커, 카일로 )들은 반란군이 그토록 싫어하고 파괴하고자 애쓰는 악의 세력(제국군) 지도자가 된다는 것을 그린다는 것이다.

 

절대적으로 선한 것이라고 믿고 있는 존재 속에는 사실 악의 씨앗이 숨어 있다. 그것이 어떤 때는 기대대로 선한 관점대로 자라나지만, 상당수는 기대와는 달리 악한 관점으로 자라난다. 냉철하게 말하자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절대적 선함에는 대부분 그에 상응하는 악한 면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악한 요소가 있다고 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소수이며, 그들도 자신의 인생에서 한참을 고생하고  후에야 알게 되는 경우들이 많다.

 

이렇게 반복되던 인류의 역사, 아니 스타워즈의 역사를 끊은 인물이 바로 루크 스카이워커다. 그래서 아마도 8편의 제목이 ‘라스트 제다이 Last Jedi’ 되었을 것이다. 실제로 반복되는 역사가 끊어지고 새로운 시대가  지는 후속편(9, 2019 개봉예정이라고 한다)들을 지켜봐야 겠지만, 적어도 영화에서만큼은 가능할  같다. 그리고 나는  이유로, 7편부터 반란군의 영웅으로 등장해서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포스를 느끼고 반란군의 영웅이  인물이 바로 여성인 ‘레이라는 것을 꼽고 싶다.  이유에 대해서는 조금  아래에서 다루겠.

 

<은하계 멀리까지 자신의 스승이자 전설을 찾아온 레이와, 자신은 전설이 아니라고 하는 루크>

 

 

루크 스카이워커는 자신의 제다이 무예를 익힐 후계자로 ‘카일로  키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루크는 카일로 렌에게서 동요하는 마음을 느낀  같다. 그리고서는 자신도 모르게(무의식적으로) 카일로 렌을 죽여서 악의 씨앗을 없애려고 한다. 카일로 렌은 저항하고 도망쳐나와 루크의 예상대로 악의 세력으로 가서 리더가 된다. 루크는 자신이 악의 리더가  자를 키웠다고 자책하며, 전투현장에서 떠나 은하계 구석의 멀고먼 행성의 작은 섬에서 은둔하며 살게 된다.

 

7편부터 등장한 여성 ‘영웅레이는, 전설이  루크를 우여곡절 끝에 찾아와서 만나게 된다. 하지만 자신과 반란군의 전설이었던 루크는 자신의 입으로, 루크 자신은 전설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는 루크가 냉철한 자기 인식에서 나온 대답이다. 자신은 반란군을 위해 전설적인 일을 하기는 했지만, 악의 리더 역시 키워냈기 때문이다. 그것이 영웅처럼 전투현장에서 누릴 때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어느 순간 그것을 인식하게 되는 순간, 자신은 더이상 영웅도 전설도 아니며, 반란군에게 커다란 선과 커다란 악을 동시에 가져온 인물임을 자각하고는, 은하계 제일 외딴 곳에서 은둔하게  것이다.

 

루크는 자신을 전설이 아니라고 하지만, 레이를 비롯한 반란군은 루크를 전설이라고 생각한다. 신화를 깊이 연구한 분석심리학자   융이나, 종교학자 미르치아 엘리아데는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는 영웅 이미지를, 주위의 비슷한 타인에게서 찾는다고 말한다. 아마도 반란군은 자신들 마음속의 영웅상을 루크에게 투사했을 것이다. 루크 이전에는 콰이완에게,  이전에는 오비완 케노비에게 영웅상을 투사했을 것이다. 그러한 투사를 루크에 이르러서야, 그것도 처절한 실패를 경험하고  실패 마저 자신의 것으로 인정한 루크에 이르러서야, 자신은 영웅이나 전설이 아니라고 인정한다. 루크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영웅과 전설이 만들어지는,  신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본인이 직접 목도한  하다. 그러기에 자신은 전설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루크야 말로 진정한 영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자신 안에 있는 악을 자신의 것으로 인식하는 . 역설적으로도 루크는 자신의 기대를 가장 크게 저버린 제자 카일로 렌을 통해서 그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아마도 루크도, 카일로 렌도 1-7편에서 최고의 가치이자 최고의 시스템으로 믿어온 제다이 제도를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실제로 8편에서도 카일로 렌은 기존의 것을 모두 없애고자 하는 의지를 여러번 드러낸다.

 

하지만 한편으로 카일로 렌은, 자신이 기존의 (구체계) 모두 없애는 것이야 말로 절대적으로 옳은(선한)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기에 그는 반란군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음을 아직 깨닫지 못한  같다. 제다이들이, 제국군들이 존재하는 이유가 있음을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것처럼 말이다. 과연 카일로 렌의 의지대로 그대로  것인가. 지켜봐야 되겠지만, 아마도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필요할 것이다. 영화 후반에 카일로 렌은 모든 힘을 동원해 그가 저주하는 루크의 이미지를 폭격해서 없애려고 하지만 없애지 못한다. 아마도 카일로 렌의 마음속 루크의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파괴하는 힘이 아닌  3 능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결국에는 (스타워즈의 마지막 편이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것을 미리   있는 단초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여성인 레이의 등장이다.

 

그동안의 에피소드에서 반란군과 제국군의 최고 지도자는 모두 남자였다. 그래서 현재에 이르렀다. 물론 중요한 여성 등장인물들이 있었지만, 각각의 세력을 대표하는 인물은 모두 남자였다. 특히 제국군에는 여성이 없다! 여성이 거의 없는, 군대처럼 획일적이기만 하면서 상부로부터의 명령에 수동적으로만 반응해야 하는 조직. 아마도 제국군은 자신들의 신념보다도, 어떠한 일탈도 개성도 인정하지 않기에 악을 대표하는 세력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들에게는 획일화된 제도와 기계만 있고, 다양한 인물이나 자연이 없다. 그에 비해 반란군에는 여성이 많다.  편부터 등장한 레아 공주부터 시작해서 중요한 인물중에 여성이 여럿있다. 그러고 보니 여성  아니라 이름을   없고 기존에  적도 없는, 상상 속에서도  보았을  같은 온갖 신기한 동물도 등장한다. 다양하다. 관객에게 반란군을 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그들의 신념이 선하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신들의 존재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다양성  자체 때문일지도 모른다.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반란군, 여성이 지도자이며 다양한 연령의 다양한 인종, 다양한 동물이 하나의 조직을 이룬다>

 

7편에서 등장한 여성 레이는, 그동안 반란군의 제다이 영웅들과는 조금 다르다. 그는 직감적으로 포스를  느끼며, 광선검을 배운 적이 없지만 처음 잡은 광선검을 가지고 제다이 수련을 받은 카일로 렌과의 대결에서도 승리한다. 무엇보다 그녀는 여성의 특질,  따뜻하게 대하고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태도를 보여준다. 제국군의 리더를 파괴하려고만 했던 혹은 대화(논리) 설득하려고만 했던 제다이들과 달리, 그녀는 카일로 렌을 직감적으로 느끼며, 손을 내밀고 접촉한다. 남자들은 주로 힘과 논리, 설득, 파괴를 잘하는 반면, 여자들은 대체로 따뜻함, 위로, 다가감, 접촉을 잘한다. 결국 카일로 렌의 거부로 접촉은 일회성 이벤트처럼 지나가버리지만, 영화 전체에 걸쳐 감독은 카일로 렌과 레이를 교차해서 보여주면서, 그들 둘은 서로 다르기만  각각의 존재가 아니라 무언가를 통해 연결된 같은 존재라는 것을 수차례 암시한다. 아마도 이러한 현상에 대한 학문적인 설명은,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동시성 현상 가장 가까울  하다.

 

8편의 상영시간은 150분에 달한다. 나는 앞서 기술한 것처럼 루크의 자기 인식, 자신이 영웅이 되어가는 것을 아직 인식하지 못하고 루크에게서 영웅을 찾는 레이, 그의 쌍둥 형제이자 선과  속에서 치열한 고민을 하는 존재이자 절대선 제다이 사원에서 자라난 카일로 , 포스의 일원이 되어 초월적으로 여유있게 등장하는 요다를 보며 지루할  없이 감상하였다. 혹자는 전투장면이 너무 길다, 싸우기만 한다는 얘기도 하는  같은데 그럴만 하다. 하지만 영화속 기나긴 전투장면 조차도, 사람의 내면에서 느껴지는 선과 악의 갈등(아마도 카일로 렌이 극중에서 겪었을 갈등) 그만큼 길고도 힘든 일의 상징이 아닐까 싶다. 그러한 긴장을 겪어내지 않고서 너무 쉽게 혹은 너무 일찍 얻은 답은, 아마도 자유롭게 하는 진리는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