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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북해도 여행 #5 오타루 수족관

삿포로역에서 오타루행 열차표를 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으나

타는 곳을 찾는 것이 어려웠다.

약간의 방황끝에 'OTARU' 표시를 찾아 승강장으로 갔다.

 

삿포로역의 외관은 한국의 소도시 역을 떠오르게 하지만

규모면에서는 역시 대도시역이다.

낯선 나라, 낯선 언어라서 그런지 더 넓게 느껴졌다.

 

 

무슨 일인지 열차가 30여분 지연되었고,

일본어로 수차례 안내방송이 나왔으나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는 우리는

그냥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맥주는 사람의 몸으로 들어간 후에

어찌하여 가슴이나 팔뚝이 아닌

아랫배로 헤쳐 모이는 것일까.

 

오타루 역까지 40여분 남짓 소요되었다.

역을 나오자 마자 버스 터미널이 있어서

버스를 타는 것 까지는 쉬웠는데,

 

일이 너무 잘 풀린다 싶으면 어딘가 이상하게 진행되는게 있는 법.

 

버스터미널 3번 승강장에서

원래 오타루 수족관행 버스를 탔어야 하는데

엉뚱한 다른 버스를 타서 엉뚱한 곳에 내려버렸다.

 

구글지도로는 아직 오타루 수족관이 3km남짓 남아있는데,

이곳이 종점이라며 내리란다.

 

어느 한적한 마을의 버스 종점에는

90년대에 본 듯한 놀이터와

버스 대기소가 있었다.

 

아이들은, 신기한 놀이터를 보자마자 이곳을 즐거워한다.

아이들이 가진 힘이란 이런 것이다.

 

덜 계산적이고, 마주하는 순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힘

 

오타루의 외곽 마을은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였지만

 

우리는 순간 국제 미아가 되는 건가 싶었다.

 

그렇다고 아무 집이나 들어가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고.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다행히 20여분 후에 온 다음 버스 기사님에게

 

손짓 몸짓 번역기 등으로 우리의 상황을 전달하니,

 

우리를 태워서 몇 정거장 후 적당한 곳에 내려주었다

 

 

내린후 길건너서 11번 버스를 타라고까지 친절히 알려주셨다.

中央,  赤岩 이라고 쓰인 곳에서 수족관 가는 버스를 기다린다.



나중에 구글지도로 리뷰하니

아카이와(赤岩)란 곳에서 버스를 갈아탔다.


파란색 선은 원래 탔어야 되는 버스(11번이었나???)

빨간색  선은 우리가 잘못 탄 버스 (42번이었나???)

둘다 버스터미널 3번에서 탑승하는 버스라서 잘못 탔다.


다음에 오게되면 같은 실수하지 않으려고 자세히 리뷰해보지만

다음엔 아마도 택시를 탈 듯;;;;

 

 

치명적이지 않다면

약간의 방황, 뒤틀어진 계획은 사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

 

마침내 도착한 오타루 수족관

 

우선 허기진 배를 채웠다.

일본의 음식값은 한국의 2배가량 된다.

 

관내 식당에서 보이는 동해바다.

 

이 바다를 지나 조금 더 나가면 태평양과 닿아있겠지.

 

이 광경을 보고, 사람들이 12mm나 18mm의 광각렌즈를 쓰는 이유를 깨달았다.

 

 

 

수족관에서 보이는 푸른 바다는

 

길을 잃었던 우리의 마음을 순간

풍성하고 영원한 무엇으로 채워 주었다.

 

 

 

해안가에서 약간의 물놀이도 하고

소라도 잡고

 

 

 

 

오후에 진행된

펭귄쇼, 바다사자쇼를 즐겁게 감상했다.

 

 

훈련된 차원을 넘어

조련사를 이용하기까지 하는 펭귄들과 바다사자.

 

찬조출연하는 갈매기까지.

 

 

시설은 한국의 90년대, 00년대를 보는 듯하였다.

아쿠아리움 실내는 한국에 있는 유수의 아쿠아리움이 더 낫다고도 할 수 있으나,

주위에 펼쳐진 아름다운 풍경, 해양생물 쇼는 다시 보고 싶은 장관이었다.

 

아직 한국은 일본의 국민소득을 따라가지 못하는데,

그럼에도 일본이란 나라는 한국보다 훨씬 검소해보인다.

 

장기불황을 겪은 탓인지,

오래된 시설을 관리하고 또 관리하며 사용하는 모습은

조금만 낡아도 최신의 삐까뻔쩍한 것으로 바꾸어버리며

또 그런 것만 좋아라 하는 한국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었다.

 

아마 한국도 이제 시작된 장기불황을 한참 겪고 난 후에는

겉멋과 화려함 대신

검소함이 생활 곳곳에 배어들게 되지 않을런지.

 

아무튼 오타루에 들렀다면,

오타루 수족관은,

특히 아이들과 같이하는 여행이라면 꼭 가볼만한 곳이다.

 

다만 한국식의 깨끗하고 화려함 대신

아름다운 자연, 해양 동물의 재미있는 쇼를 기대하는 것이 좋다.

 

다음에 오타루에 오게 된다면,

저 푸른 바다를 좀 더 볼 수 있는 곳으로 일정을 잡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