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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영화

다시 본,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

5년여만에 두번째 본 영화, 인터스텔라. 

 

1. 모든 상징이 그러하듯, 볼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느낀다. 특히 영화와 같은 이미지는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객관단계)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사람의 마음 안(주관단계)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볼 때에 새로운 감동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2. 많은 민담과 동화를 보면, 시작 단계에서 전체 이야기의 문제가 드러나있다. 영화 시작은 '아내'가 없고, 할아버지, 아빠, 어린 아들과 딸, 이렇게 남성 3명, 어린 여성 1명으로 구성된 가정이다. 남성성은 3가지로 분화되어 있으나, 여성은 아직 약하지만 미래가 있는 어린이 1명이다. 그런데 역시 많은 민담과 동화에서는, 가장 약한 존재를 통해서 구원이 다가온다. 가장 작은 마을 베들레헴에서 구원자가 태어나듯이, 가장 약한 존재 즉 어린 여성으로부터의 구원이 암시되어 있다.

 

3. 먼지가 가득하고 먹을 것이 없어진 지구의 상황을, 농부는 어쩔수 없이 받아들이지만, 엔지니어인 쿠퍼는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대로 살수 없다면서 낯선 곳을 향해 과감히 떠난다. 쿠퍼가 의존한 것은 철저한 논리와 기계문명이지만, 쿠퍼를 불러들인 것은 우연처럼 보이는 일이었다. 

 

4. 다른 차원을 통해 먼 곳으로 이동하려면, 2차원에서는 원으로 보이는 입구로 들어가야 한다. 원은 3차원에서는 '구'다.

 

5. 우주로 떠난 '레인저ranger'가 도킹해야 하는 정류장 이름은 인듀어런스endurance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의식에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참고 견디면 구원을 얻을 것이다(누가복음 19:21)' '고통은 인내를 낳고(로마서 5:3)'

 

인듀어런스 호는 12개의 큐브가 원circle을 구성한 모양이다. 즉, 다른 차원으로 인도하는 것이며, 전체성을 의미하는 만다라mandala이다. 영화속에 등장하는 또다른 원circle로는, 웜홀wormhole 과 블랙홀blackhole이 있다. 사실 토성Saturn도 원 모양의 고리를 가지고 있다. 모두 다른 차원, 다른 차원으로의 인도, 전체성을 상징한다.

Endurance

6. 웜홀을 지나는 순간 아멜리아는 매혹적인 무언가를 본다. 영화속 표현으로 '그들'. 유신론자들이 '신God'이라고 부르는 존재. 

 

7. 우주(무의식)에서 처음 도작해서 본 것은 커다란 바다이다. 아멜리아는 바다를 보고, 물은 생명의 근원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물은 산보다도 큰 파도가 되어 생명을 위협한다. 나는 2020년 1월에 다음과 같은 꿈을 꾸었다. <영화의 끝장면 같다. 나는 커다란 파도를 앞에 두고 있다. 담담한 마음으로 파도에 몸을 맡겨보려고 한다. 큰 파도가 나를 덮친다. 나는 작은 나무집 같은 곳에 서 있다. 파도는 지나가고, 영화는 끝난다. 견디는 것만으로 큰 감동이 느껴졌다.> 내가 꿈속에서 봤던 파도는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봤던 파도였다. 때로는 못견딜 것 같은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견디는 것, 즉 인듀어런스endurance일 수 있다. 

커다란 파도

 

8. 아멜리아와 쿠퍼, 둘이 남은 상황에서 쿠퍼는 아멜리아를 살리기 위해, 그리고 아멜리아의 사랑을 지켜주고 싶어서, 자신을 희생해서 블랙홀로 빨려들어간다. 그러면서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마 이순간 쿠퍼는 아멜리아를 사랑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희생했을 것이다. 

 

9. 우주 속 블랙홀(무의식 가장 깊은 곳)의 쿠퍼와 지구(의식)의 쿠퍼를 이어주는 물건은 시계이다. 이런 일을 사람들은 보통 우연의 일치라고도 하지만, 분석심리학에서 동시성(synchronicity, 관찰자의 정신적 상태와 객관적인 외부사건이, 같은 의미를 가지고 같은 시간에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한다. 영화속 아버지 쿠퍼는 우연한 일이라며 넘기지만, 딸 머피 쿠퍼는 어떤 초자연적인 것이 관여한다는 것을 느낌으로 안다. 딸은 여성, 즉 아니마anima적인 요소다. 시계는 인듀어런스, 토성, 웜홀, 블랙홀과 마찬가지로 원circle이며 만다라mandala이다.

 

나는 2020년 2월에 다음과 같은 꿈을 꾸었다. 당시에 나는 실제로 시계를 구입했는데, 시계가 멈췄다 가기를 반복해서 수리를 보내려고 하고 있었다. <내 시계를 수리 맡기러 왔다. 가게 여주인이 손님, 저희꺼 차시네요라고 알아봐준다. 나는, 일주일쯤 되었는데 시계가 멈췄다가 간다고(고장났다고) 하니, 가게 여주인은 어떤 유리로 된 통에 시계를 넣는다. 시계 테두리에 보석이 둘러싸있어서 빛난다. 배터리 교환을 해주는 줄 알았는데, 시계에 찌꺼기(smegma)가 끼었다고 한다. 시계를 고쳐서 다시 내게 시계를 돌려준다.>  이 꿈에서도 시계를 다루는 존재는 여성, 즉 아니마anima이다.

 

동시성 현상을 보여준 시계, 해밀턴

 

10. 영화 끝에서 죽음을 앞둔 머피 쿠퍼(딸)이 아빠를 만나는 장면. 처음 봤을 때는 이 장면에서 엄청 울었었다. 어린 딸과 헤어졌다가 우주(무의식)에서 길을 잃었다가 빠져서 수십년후에 다시 만나게 되는 것인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아버지 쿠퍼가 의외로 담담하다.

 

11. 딸 쿠퍼는 죽음을 앞둔 할머니인데 아버지 쿠퍼는 늙지 않았다. 실제로 육신의 죽음이 임박한 사람이 이미 한참전에 돌아가신 부모를 꿈이나 환상에서 본다는 얘기가 있다. 어릴 때 떠난 아버지는 혼spirit이 되어, 할머니가 되어 죽음을 앞둔 딸에게 찾아온 것이다. 그렇기에 아버지 쿠퍼에게 우주(하늘나라!) 어딘가에 있는 아멜리아를 만나러 가라고 하는 것이다. 

 

12. 이 영화는 현대판 영웅신화이다. 수천년전 사람들이 오딧세이아를 읽고, 구약 창세기의 요셉이야기를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을, 현대인들은 이 영화를 통해 느끼게 된다. 성경을 읽을 때마다 감동을 받는 사람은 기독교(카톨릭,개신교)를 믿으면 되지만, 성경에서 아무런 감동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여러가지 소설, 영화, 드라마 등을 통해 각자에게 맞는 감동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