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 twilight, 캐서린 하드윅, 2008

twilight: 여명, 희미한 빛, 비밀스러운

 

1. 벨라는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온다. 남자들의 세계, 남성성의 세계로 온다. 예쁜 옷은 입지 않고 털털한 옷을 입고, 육체노동자들이 몰 법한 트럭을 타고 다닌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에 관심이 없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여자이지만, 남자같이 살고 있다. 

 

2. 벨라는 그곳에서 운명적인 남자(에드워드 컬린)를 만난다. 그는 창백하고, 다른 세상에서 사는 듯 하다. 초능력이 있어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 

 

3. 낯설고 불편했던 컬린과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리고는 그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벨라를 지키고자 하며, 위험의 순간에 어느순간 나타나서 벨라를 지켜준다. 그러나 그는 그녀의 피를 원하는 욕망을 참고자 애쓴다. 

 

4. 컬린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은, 아직은 하나의 온전한 인격personality이 되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인격처럼 보이지만, 차갑고, 시공간의 제한을 받지 않는, 초자연적인 특성이다. 그러기에 동물가 가까우며, 피에 굶주렸다.

그럼에도 벨라는 컬린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고, 그가 사는 집, 그가 사는 방으로 간다. 그의 집은 숲속(무의식적인 곳)에 있으며, 그의 방에는 책(지식)만 가득하다.

 

5. 벨라를 해치고자 하는, 또다른 무의식적 인격 제임스가 나타난다. 그가 벨라를 유인한 곳은, 어릴 때의 포기의 경험이 있던 발레 교습소였다. 벨라는 춤추기를 싫어했고, 자신없어했다. 

제임스는 아마도, 벨라가 세상사람들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하는 무기력감의 인격화인 듯하다.(killing animus)

이순간 벨라를 구원하러 컬린이 나타나지만, 컬린은 벨라의 몸에 퍼지는 독을 제거할지 말지 망설인다. 피에 대한 욕망을 통제할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6. 결국 컬린은 벨라의 피를 빨아내어, 제임스의 독을 제거한다. 그 순간 벨라는 고통을 겪어낸다.

여기서 컬린과 컬린의 아버지는, 벨라의 변신에 대해 말한다. 벨라의 인격의 변환transformation을 말하는 듯하다.

 

7. 다행히 벨라는 고통에서 벗어났다. 고통을 회피한 것이 아니라, 고통을 모두 겪어냈다. 그리하여 벨라는 어릴 때부터 두려워하던 '춤추기'를 더이상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무도회에 새로운 드레스를 입고 참석하였다.

 

8. 트럭을 몰고, 남자처럼 대충 옷을 입던 영화 초반부의 벨라는, 컬린과의 만남, 낯선 곳과 낯선이(컬린의 가족, 뱀파이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고통을 겪고 나서는, 춤추고 사람들을 만나는, 여자다운 여자로 변했다. 

 

9. 에드워드 컬린은 어둠속에 있으면(무의식에 있으면) 차갑고, 자연에 가깝고, 피에 대한 욕망을 가지고 있지만, 빛을 받으면(의식으로 나오면) 보석처럼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는, 벨라 내면에 있는 남성성이다. 컬린(벨라 내면의 남성)은 얼마나 소녀를 사랑하는지 반복해서 말한다. 차가운 뱀파이어인 컬린이 인간처럼 변하면서, 벨라도 남자같던 모습에서 아름다운 여자로 다시 태어난다. 그것을 매개하는 것은 사랑이다.

 

10. 이 영화는 남자처럼 살아가던 여성이, 차가운 내면의 남성성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고통을 피하지 않고 견뎌낸 후에, 아름다운 여성으로 다시 태어나는 드라마다. 이러한 재탄생의 드라마는, 보일듯 말듯한 희미한 빛(twilight)가운데서 일어난다.

 

11. 작가는 이 꿈을 꾸고 수년간 꿈에 대해 명상하고 탐구한 후에, 이 영화를 제작했다고 한다. 

 

12. 분석심리학 용어로 표현하면, 여성의 부정적 아니무스를 극복하면서 참된 여성으로 변화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