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이윤기 이다희 옮김
'영화관객에게는 묘한 속성이 있다. 영화를 관람했을 뿐인데도 세월이 지나면 원작을 읽은 것으로 착각하는 속성이 그것이다.' -본문(셰익스피어, '압축 파일' 풀기) 中에서
'의대생에게는 묘한 속성이 있다. 족보로 공부했을 뿐인데도 세월이 지나면 교과서를 읽은 것으로 착각하는 속성이 그것이다.' - 내 생각
고전은 고전이 된 이유가 있다고 한다. 셰익스피어의 잘 알려진 로미오와 줄리엣은 영화 및 문고판 도서를 통해 어렴풋이 알고는 있지만, 이윤기 선생님의 번역을 통해 제대로 읽게 되었다. 학생시절의 시험에 비유하자면, 영화 또는 문고판 도서는 시험 며칠전에 보는 '족보'라 할 수 있고, 원작은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잘 모르겠지만(참고서가 워낙 잘나오니), 대학교 공부에서 '교과서'를 통해 얻는 지식의 깊이는 '족보'와는 차원이 다르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14살이다.
이미 서른 살이 되어버린 나에게 '14살'이라는 나이는, 나보다는 내 조카(큰조카가 올해 11살)와 더 가까운 나이가 되어 버렸다. 셰익스피어는 주인공의 나이를 14살로 정하였지만, 그들이 조숙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늦은 것인지,
나의 경우였다면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폭발적인 사랑의 감정은 고3-대학 1학년때였던 19살, 십대의 마지막 때가 최고였던 것 같고, 따라서 그 때 읽었다면 가장 감정이입이 잘 되었을 듯 싶다.
사랑은 폭발적인 감정이 전부라고 믿었던 19살 때(시간을 되돌려 11여년 전의 나에게 물어본다면 틀림없이 아니라고 할 것이나 지금의 내가 보기에, 그당시의 나는 그렇게 믿었다)에 '로미오와 줄리엣' 원작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궁금하다. 그 때는 로미오의 입장에 나를 넣어놓고 읽어 내려갔을 것이다.
서른살의 나는, 사랑(Eros)은 폭발적인 감정과 더불어, 대상을 위한 헌신과 기다림이라고 생각하기에(사실 무엇보다 결혼을 했기에^^) 전보다는 차분하게 받아들여, 로렌스 신부(차분한 판단으로 로미오를 권면하고 돕는 역할)의 입장에 나를 넣어놓고 읽고 있다.
아마 25-30년 후에(내 사랑스런 딸이 결혼적령기가 될 때쯤) 그 때까지 내가 살게 된다면, 그리고 그 때 또다시 '로미오와 줄리엣'을 읽게 된다면,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또 다를 것이다. 그 때가 되면 '캐퓰럿(줄리엣의 아버지)'의 입장에서 읽게 될지도...^^
시간을 두고 접해도, 여러번 접해도 그 때마다 주는 느낌이 새로운 것들... 이런 것을 사람들은 '고전'이라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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