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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후감/문학

비행기 추락에 대한 문화적 비밀-아웃라이어,Malcolm Gladwell

 

비행기 추락에 대한 문화적 비밀-아웃라이어,Malcolm Gladwell

<권력 간격 지수 PDI(Power Distance Index)>

p.236

권력간격지수(PDI)란 특정 문화가 위계질서와 권위를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나타낸다. "직원들이 관리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두려움 때문에 그것을 드러내지 않는 일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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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하는 일에서 성공할 수 있는 능력은 출신지의 성격과 강하게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PDI가 높은 문화에서 좋은 조종사가 나오기란 쉽지 않을 수 있다. 헬름라이히와 그의 동료인 애슐레이 메리트(Ashleigh Merritt)는 전세계 조종사들의 PDI를 측정한 적이 있다. 그 결과가 궁금한가? 1위는 브라질이었고 2위는 한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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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47

한 전직 대한항공 조종사에 따르면 상당수 조종실의 분위기가 '기장이 책임지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비행기를 조종하고 다른사람은 조용히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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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책의 한 부분에서 1997년에 괌에서 있었던 대한항공 801편의 추락사고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그 추락사고의 배경으로 한국의 권위적인 문화, 즉 윗사람(직장상사)에게 자기의 의견을 충분히 개진하기 어려운 문화적 배경을 꼽았다. 사고가 생기지 않기 위해서는 기장과 부기장이 비행상태에 대해 원만한 토론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문화 자체가 윗사람인 기장에게 자신의 의견을 충분히 말하기 어려운 문화라는 것이다. 한국의 PDI는 브라질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하고, 이것은 좋은 조종사가 나오기에 장애요소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이 2000년에 델타항공으로부터 David Greenberg라는 사람을 영입했는데, 이 사람이 처음 한 일은 대한항공의 공용어를 영어로 바꾼 것이라고 한다. 항공 세계의 공통언어이기도 했고, 영어에는 한국어만큼의 경어체계가 없어서 조종사 간의 PDI를 낮출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어느 사회, 어느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내가 경험한 대학병원 또한 전반적으로 PDI가 높은 곳이었던 것 같다. 회진을 돌 때 처방에 대해 교수님의 의견과 다른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개는 그것을 드러내지 못한다. 물론 교수에 비해 레지던트의 의학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지만, 환자와 가까이 있는 레지던트는 교수에 비해 환자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 경우 아랫사람인 레지던트는 완곡어법 중에서도 가장 완곡한 '힌트주기'를 통해 교수에게 슬며시 운을 띄운다. 대개는 레지던트가 포착한 '힌트'가 쓸데없는 경우가 많지만, 가끔 중요한 사항인 경우가 있고, 그것이 교수의 주목을 끌지 못하면 그 중에 일부는 사고가 일어나는 단초가 되기도 한다. 아랫사람의 '힌트'를 잘 포착해야 되고 또 잘 버려야 되기 때문에 교수 및 관리자 직책에 더 큰 책임이 달려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