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의 노래, 김훈, 생각의 나무

칼의 노래, 김훈, 생각의 나무

김훈 작가의 글은 처음이다. 언젠가 서점에서 자전거여행이란 책을 집어들고 읽다가, 그 책을 찬기에게 선물한 적이 있었다. 단순한 기행문이라기엔 삶에 대한 사색이 깊어서 인상적이었던 작가 김훈.

2001년에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후에 유명해진 '칼의 노래'는 현대판 난중일기라고 할 수 있다. 객관적인 역사의 기록이라기 보다는, 아마도 김훈 글의 특징이라 여겨지지만, 작품 전체에서 보이는 세밀한 심리묘사를 통해 그 당시의 역사적 배경과 사실을 추리할 수 있게끔 하였다.

전쟁을 직접 겪어보지 않은 세대에서는 알 수 없는 전쟁의 참담함. 그러나 전쟁으로 인해 생긴 참담한 광경보다 더 두려운 것이 있다. 전쟁이 발발하게 된 배경, 즉 전쟁이 생길 수 밖에 없었던 현실이다. 민초들의 행복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고위층의 편안만을 추구하는, 온갖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정의라고는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사회.

그것뿐이라면 차라리 다행이겠지만 나름대로의 신념과 정의를 가지고 바르게 살아보려고 애쓰는 사람까지 괴롭히는 사회, 그런 사회에서는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그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임진왜란이 일어날 당시의 조선이 그러했다.

6.25가 발발한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지금의 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더 두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