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후감/문학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책]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처음 읽은 도스토예프스키.

 

1. 드미트리, 이반, 알료샤

 

표트르 카라마조프와 그의 세 아들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 1600여 페이지의 방대한 소설이지만 소설속에서는 3일에 걸쳐 모든 사건이 일어난다. 그만큼 인물설정과 스토리 묘사가 치밀하다. 자녀에 대한 이해와 사랑 없이 방탕하며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아버지로서의 자격에 의심을 갖게 만드는 표트르, 그런 아버지의 방탕함을 가장 많이 닮은 드미트리, 차가운 이성을 가지고 현실과 신앙을 비판하는 이반,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와 신앙을 가지고 있는 알료사. 돈이 많은 아버지와 젊은 아들 사이에서 저울질 하는 두 여인, 까쩨리나와 그루셴카. 표트르의 사생아이면서 제대로 된 교육과 사랑을 받지 못하고 간질을 앓아 주위로부터 저능한 사람으로 여겨지지만 자기 나름대로 악으로 편향된 논리체계를 가지고 있는 스메르쟈꼬프.

수도원에서 존경받는 장로이지만 죽음 이후의 일련의 사건 때문에 비판과 오해를 받는 조시마 장로. 신학생이지만 자신의 사회적 성공과 사람들로부터의 인기를 목표로 사는 라끼찐. 말없이 자신의 신앙에 따라 갈 길을 가는 수도원의 신부들.

논리와 심리분석으로 군중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검사 끼릴로비치와 변호사 페쮸꼬비치.

 

수 많은 인물들이 나오는데 그들 한명 한명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실제 현실에서는 아주 가까운 사람이 아니면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어떤 속내를 갖고 있는 사람인지 알기가 어려운데 소설을 읽으면서 '이러한 사람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2. 대심문관

 

방대한 소설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 변질된 기독교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소설이 탄탄한 이야기 전개와 깊이있는 인물묘사로 감동을 준다면, 소설 속의 소설 '대심문관'은 날카로운 통찰력과 비판으로 감동을 준다.

 

3. 러시아의 역사적 배경

 

19세기 러시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그 당시 혼란스런 시대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과는 많이 다르겠지만, '혼란스럽다'는 점에서는 어느정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한국사회의 문제 때문인지, 아니면 내가 나이를 들어가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혼란스러운 사회에서 기독교에 대답을 기대하고 있지만, 실제로 대답을 제대로 못해주는 종교에 대해서 작가는 아쉬움을 나타내는 것 같다.

 

4. 사실과 진실

 

오대식 목사님은 설교에서 '사실'은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것이고, '진실'은 사실을 하나님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라고 정의를 내렸다. 소설을 읽고 오 목사님이 말씀하신 '사실과 진실'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소설에서는 자기 주위의 인물들과 사건들을 사실보다는 '진실'로 접근하는 인물이 한 명 등장한다.  악인이라 하더라도, 나에게 이유없이 피해를 주더라도, 나를 비판(비난?)하더라고 그 뒤에는 어떠한 '사연'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자기에게 돌을 던지고 도망가는 소년 스무로프를 보고 당황하지만, 결국 그의 집에서 그에게 얽힌 사연을 알고 이해하는 사람.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비웃는 그의 큰 형 드미트리를 흔들리지 않고 믿어주는 사람. 죽음 이후의 사건 때문에 조시마 장로에 대해 사람들이 오해하고 비난할 때 주위의 여론에 흔들리지 않고 존경심을 갖고 있는 사람.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이자, 나의 실제 성격과 가장 거리가 있는 인물인 알료샤이다.

 

한가지 어려웠던 것은, 러시아식의 어려운 호칭이다. 이를테면 드미트리, 미쨔, 미쩬카 가 모두 드미트리를 가리키는 호칭이었고, 까쩨리나 이바노브나, 까쨔, 까쨔까 모두 같은 인물이었다. 처음엔 서로 다른 인물인 줄 알고 혼란스러웠다. 결국 1권 중반부부터는 A4용지에 등장인물을 정리하면서 읽었고, 그러고 나서야 혼란이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