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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사/내 생각

짧은 여행의 기록3 (04/2/13)

짧은 여행의 기록3 (04/2/13)

작성일 2004.06.22 15:32

어제 식용정을 나온 이후에, 숙부님댁에 너무 늦은 시간에 들어가는 것은 예의가 아닌 거 같아서 예정에 있던 남원 광한루에는 가지않았다. 길 위에서 있는 시간을 조금 줄여볼 요량으로 호남고속도로를 타고 광양까지 갔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서 해가 지기전에 작은 집에 들어갔다.

저녁 식사로 인근 횟집에 갔다. 남해안 근방의 횟집에서 나오는 된장(?)을 거의 남기지 않고 오랜만에 회다운 회를 먹었다. 숙부님과 숙모님이 자라면서 고생하신 얘기를 한참 들으며, 또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그 시대의 아픔을 들으며, 회한에 잠겼다.

숙부님댁에서 1박을 계획했는데, 많이 아쉬워하시는 눈치셨다. 하루 더 머물다 가라고 하시지만, 오래 있는 것도 폐가 될까 계획대로 오전에 나섰다. 가는 길에 먹으라고 과일 몇가지와 김밥을 챙겨주셨다.

정오무렵 다솔사에 들어섰다. 아담했다. 절 입구의 산책로가 아름다웠다. 다솔사에서 물병에 물을 채우고 다시 길을 나섰다.

진주성에 들어왔다. 생각한 것보다 크다. 내부엔 공원처럼 꾸며져 있고, 여러가지 유적기념관이 있었다. 의암(義岩)이라고 부르는, 논개가 왜장을 안고 뛰어든 곳이 있다. 논개의 충의에 마음이 의연해지면서도 한편, 상당히 동 떨어져 있는 그 바위에 왜장은 무엇하러 거기까지 기꺼이 갔는지. 그만큼 쉽지 않았을 것인데.

진주에서 대전-진주간 고속도로와 88고속도로를 타고 합천 해인사로 갔다. 88고속도로는, 말이 고속도로이지 최고제한속도 80km/h에다 중앙분리대도 없는 편도 1차선. 즉 조금 빨리 달려도 되는 지방국도 수준이었다. 통행료를 받는게 이상할 정도다.

암튼 해인사로 갔다. 우리나라에 있는 절집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해인사 역시 꽤 깊은 산속에 있다. 지금이야 잘 포장된 도로를 타고 자동차로 절 입구까지 들어오지만, 그 전까지 해인사로 간다는 것은 상당한 용단이 아닐 수 없다. 그 깊고 깊은 산속에까지.

해인사 하면 팔만대장경이라고 배웠는데, 과연 그러하다. 재미있는 것은 유네스코에서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 팔만대장경과 더불어 그것을 보관하는 건물인 팔만대장경판전이라는 것이다. 해인사가 상당히 규모있는 절이긴 하나, 팔만대장경이라는 이름값때문에 다른 구조물은 거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팔만대장경판전안에 들어가자, 마침 답사객으로 보이는 듯한 스무명 가량의 사람들이 있었고 한 스님이 그들을 위해 설명을 하고 계셨다. 나도 그들 틈에 끼어 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세계문화유산의 감동을 느꼈다. 과연 팔만대장경이다. 과연 팔만대장경판전이다. 조상들의 불심과 지혜가 깊이 느껴졌다. 수백년간 썩지도 않고 벌레조차 생기지 않도록 만들어진 그 곳. 유홍준 선생은 감은사에 대한 답사기를 마음대로 쓰라고 한다면 '아, 감은사, 감은사탑이여! 아, 감은사, 감은사탑이여!...'라고 쓰겠다고 했는데, 해인사를 나오는 내 마음 또한 비슷했다. 아 해인사, 팔만대장경이여! 아 해인사, 팔만대장경이여!

해인사에서 형님의 무사한 출산소식을 처음으로 들었다. 아버지가 된 형, 그것은 또 어떤 감동과 책임일까.

일반국도같은 고속도로를 타고,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경주에 들어왔다. 그 때까지 숙모님이 챙겨주신 과일과 김밥으로 틈틈히 배를 채웠는데, 맛도 괜찮을 뿐더러, 마땅히 식사할 곳이 없던 상황에 상당히 요긴하게 쓰였다. 경주에 도착할 때 이미 8시가 넘어있었고, 주차장이 있는 여관을 잡기 위해 경주시내를 두어번 돌고 나서 한적한 곳에서 여관에 들어갔다. 전주에서 묵은 2만원짜리보다야 당연히 시설이 좋았지만,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숙소를 잡고 인근에서 밥을 먹으려 한참만에 찾은 식당에 들어갔는데, 전라도의 그 맛있던 음식에 비해 너무 초라하고 맛이 없었다. 차라리 인천의 음식이 훨씬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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